
“우리는 그냥 모자를 파는 것뿐이야. 전쟁이나 혁명 같은 게 아니라고.”
굴뚝 청소를 하며 살아가던 14살 소년 노아는 거리로 쫓겨난다. 굴뚝에 들어가기엔 몸이 너무 커져서다. 다행히 노아는 모자 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고 친구도 만난다. 하지만 공장에서도 얼마 버티지 못한다. 모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수은 증기가 직원들의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탓이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아는 거리에 내몰린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함께 모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공장에서 찍어냈던 획일적인 모자가 아니라 각자가 쓰고 싶어하는 개성을 담은 모자다. 모자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지난달 22일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2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드해터 : 미친 모자 장수 이야기’(사진)는 영국 출신 동화 작가 루이스 캐럴이 1865년 발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캐릭터인 미친 모자 장수를 모티브로 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출발부터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뿜는다.
하지만 극 후반부 들어 무대 분위기는 급변한다. 혁명을 한 것도 아닌데 판에 박히지 않은 모자를 판 대가는 가혹하다. 웃음 속에 가려졌던 진실, 그리고 반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객석의 표정은 차츰 달라진다. 엔딩 후 눈시울이 붉어진 관객들이 제법 있다.
이 작품은 배우 2명이 100분의 시간 내내 무대를 이끈다. 노아 역은 이한솔·이봉준·홍기범이 맡았다. 노아의 친구 조슬린은 박영수·조성윤·송유택이 연기한다. 조슬린 역의 배우들이 공장 직원, 노숙자 등을 오가며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1월 18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