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을 미워하면서 응원하는 마음

2025-02-01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 발표한 소설 <자칼의 날>은 스파이 스릴러의 고전입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킬러 자칼과 그를 막으려는 프랑스 정보기관 요원의 대결을 그렸습니다. 기자 출신 작가 포사이스는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었습니다. 신출귀몰한 변신 능력으로 암살 대상에 접근하는 킬러 자칼에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이를 막으려는 정보요원들의 끈질긴 노력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자칼의 날>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각종 상도 수상했습니다.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책에 묘사된 자칼의 수법 묘사가 워낙 사실적이고 치밀한 나머지 실제 테러리스트나 사기꾼이 이 책을 탐독하며 참조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10부작 시리즈 <데이 오브 더 자칼>은 <자칼의 날>의 또 다른 각색작입니다. 자칼이라는 이름의 킬러와 그를 막으려는 정보요원이 등장한다는 점 외에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자칼의 암살 대상은 현대의 포퓰리스트 정치인, 세상을 뒤바꿀 기술을 개발한 IT 개발자입니다. 정보요원은 영국 MI6 소속 여성 비앙카(라샤나 린치)입니다.

시리즈는 근사합니다. 자칼(에디 레드메인)이 외모를 수차례 바꾸며 암살 대상에 접근하는 과정, 비앙카가 하나씩 단서를 찾아 자칼의 정체를 조금씩 밝혀나가는 과정에 스릴이 넘칩니다. 스파이 스릴러에 종종 등장하는 ‘조직 내 배신자 찾기’도 있습니다. 자칼의 주요 암살 대상은 울레 다그 찰스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를 연상시키는 IT 거물이지만, 세계 경제에 투명성을 부여해 자신 같은 슈퍼리치의 재산을 줄어들게 할 기술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위 유지에 위협을 느낀 권력자들이 자칼에게 울레 다그 찰스의 암살을 의뢰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울레 다그 찰스를 응원한다는 설정도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자칼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설정을 첨가했습니다. 자칼의 아내와 어린 아들은 한적한 스페인 시골의 대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는 자칼의 직업을 모릅니다. 일 때문에 출장이 잦고, 돈이 많다는 점만 알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태도만 보면, 자칼은 더할 나위 없이 선량하고 자상한 인물입니다. 레드메인 특유의 수줍으면서 소박한 분위기가 이런 가정적인 남자 역할에 잘 어울립니다.

문제는 그가 일, 즉 살인할 때 발생합니다. 자칼은 목표로 다가가는 과정에 어떤 망설임도 없습니다. 수많은 부수적인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요인을 지키는 건장한 남성 경호원만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방해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표정 변화 없이 죽입니다. 친절을 베푼 사람, 사랑을 나눈 사람 가리지 않습니다. 영락없는 사이코패스 킬러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혼란해집니다. 자칼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므로 그를 막으려는 요원 비앙카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칼의 개인사에 젖어 들면 그가 마지막 임무에 성공해서 가족과 행복한 삶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듭니다. 악당을 미워하면서 응원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게 한다는 것이 <데이 오브 더 자칼>의 특이한 점입니다. 물론 레드메인의 탁월한 연기가 자칼이란 모순적인 인물의 형상화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레드메인은 자칼 연기로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습니다.

사이코패스 킬러 지수 ★★★★ 극악무도한 범죄 행각

사랑하는 아빠 지수 ★★★★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는 레드메인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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