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국에서 이런 말이 회자 되었다. “80대는 이제 40대라고 봐야한다.” 아마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로 인해 몇 몇 문제가 생기자 나온 말인 것 같다. 회화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60’s are the new 40’s” 즉 60대는 지금시대에서는 실은 40대 나이라는 뜻이다. ‘워낙 의술도 발달했고 다들 영양 상태도 좋아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실제나이에 가깝다. 예전의 환갑 잔치는 이제 찾아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칠순 또는 팔순 잔치를 크게 하는 것 같지도 않은 세태다. 노인정에서 칠순의 노인이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는 어르신을 위한 대중교통 무료화 적용 나이를 상향 조정 중이다.’ 등등 이런 말들이 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백세시대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엄청 길어진 세상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누릴 수 있으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건강도 받쳐줘야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각자에게 필요한 무기(?) 또는 노리개(?)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위치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주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는 손에 뭔가를 들고 있어야한다. 그게 무엇이든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미리 잘 챙겨놓아야 한다. 즉 돈과 건강 외에 제 3의 대책까지 세워야 진정한 노후대책이 된다는 말이다. 아니면 나처럼 뒤늦게 고생할 수도 있다.
나는 한 때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이즈음에 건강관리를 비롯하여 주어지는 나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이제야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있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게 된다. 그래도 뭣도 모른 채 다닐 수는 없는 일, 해서 인류 문명과 건축을 포함한 역사와 영어는 꼭 필요하겠다. 이런 것들을 잘 모르고는 새장에 갇힌 새 같은 신세를 면할 길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뒤늦은 공부라는 게, 이게 영 만만찮다. 가장 큰 어려움이 영어공부다. 학창시절에도 열심히 안한 것을 지금에야 하려고 하니 곱절로 힘든 것 같다.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먹는 나이에 새로 뭔가를 익힌다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든다는 말이다.
가수 송창식의 루틴에 대하여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최근 본 적 있다. 대부분 워낙 널리 알려진 것들이지만 그 중 한 가지가 내 마음을 아프게 찌른다. 송창식은 매일 저녁(실은 그에게는 하루 일과의 시작 지점)기타를 40분가량 연습하는데 그 이유는 기타 실력 감소를 최대한 늦추기(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위해서란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매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것이 줄어드는 것을 늦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나는 아예 줄어들게 없는 실력이라 새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스스로 참 한심하게 여겨졌다. 이건 인생을 거꾸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때가 늦었다 하더라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몇몇 지인은 말한다. 이제 스마트 폰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데 영어공부 할 필요가 있나?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것으로 갈까 말까? 할까 말까? 정도 해결하는 수준인 것 같다. 비록 초행길에서 우연히 만나,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번역기를 가운데 두고 하는 대화에서 무슨 교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결국 얕고 넓은 정보로 알 수 있는 영역은 선택에 약간의 도움이 되는 정도에 그친다는 생각이다. AI가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의학상을 받는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자리의 가운데 앉을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안경을 쓰면 외국어를 아주 고급스런 번역으로 읽을 수 있고,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그것이 동시통역을 해주는 날이 곧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의 중심에 영어공부를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론은 신통찮다. 애써서 공부한 것들이 안개처럼 쉬 사라진다. 그래서 차라리 되지도 않는 영어공부에 시간을 쓸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영어에 시간을 뺏겨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각종 역사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잔꾀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나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영어라는 생각에 공부를 멈출 수는 없다. 백세시대에 갑갑한 상태로 길게 살지 않기 위해 필수다. 어쩌면 한국을 떠나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백발을 날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최소한 지금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 치매예방에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