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랭킹 148위 반란… 홍콩 축구, 새 경기장 효과로 5만 관중 시대

2025-11-21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8위에 불과한 홍콩 축구대표팀이 최근 홈경기마다 4만~5만 명에 육박하는 관중을 끌어모으며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완공된 새 홈구장 ‘카이탁 스포츠파크’가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홍콩은 지난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2027 예선에서 인도와의 홈경기(1-0 승)를 치르며 4만2570명을 모았다. 이전까지 중요한 경기에서도 1만~1만5000 명 수준에 머문 관중 수는 신축 경기장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뛰어올랐다. 이어 열린 방글라데시전에서는 4만5000명 이상이 입장해 홍콩 축구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홍콩 미드필더 신이치 찬은 “이렇게 많은 팬 앞에서 경기하는 건 상상도 못했다. 카이탁은 이제 우리의 진짜 홈구장”이라고 말했다.

홍콩 서포터 그룹 ‘Chisinlo(광동어로 ‘미친 사람들’이라는 뜻)’의 멤버들은 경기 3~4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대형 티포, 북, 깃발, 페이스 페인팅 등을 준비한다. 핵심 멤버인 첸스터 청은 인도전 당시를 떠올리며 “10년 넘게 홍콩을 응원했지만 새 경기장에서의 첫 경기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CNN은 “SNS에서 화제가 된 인도전 응원 열기는 이후 홈경기 관람을 ‘처음으로 시도해 본’ 신규 관중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홍콩은 1908년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리그 중 하나를 출범시킨 도시지만, 1990년대 이후 유럽 축구의 세계적 인기 확산과 지역 정치 갈등 등으로 관중은 크게 감소했다. 2010년대 후반 홍콩 팬들이 경기장에서 중국 국가를 야유하며 정체성과 정치적 갈등을 표출하던 분위기는 최근 국가모독금지법 시행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축구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대표팀 역시 다국적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버턴 카마르고, 프랑스 출신 라파엘 머키스 등 귀화 선수가 늘고 있으며, 홍콩 출신 유망주들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며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찬 신이치는 상하이 선화에서 뛰며 중국 리그 우승을 경험한 뒤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카이탁 스포츠파크는 축구대표팀 홈구장 외에도 홍콩이 ‘아시아 메가 이벤트 도시’ 지위를 회복하는 중심 시설로 평가된다. 개장 이후 콜드플레이, 제이 초우, JJ린 같은 대형 공연, 럭비 세븐스, 북런던 더비(아스널-토트넘 친선전)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관중들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은 시설은 전 구역 냉방(에어컨)이다. 고온다습한 홍콩 여름에도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 “경기 관람의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FIFA 랭킹 148위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5만 관중의 함성 등 홍콩 축구는 지금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