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유통업계가 지난해 고물가 및 소비둔화, 계엄령 사태, 탄핵 정국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K-푸드가 유행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올해는 유통업계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며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말 캐나다 9호점 '코퀴틀람(Coquitlam)점'과 10호점 '올버니 스트리트(Alberni St.)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밴쿠버 지역에 진출했다.
파리바게뜨는 토론토와 캘거리에 이어 밴쿠버까지 주요 도시에 잇따라 진출하며 캐나다 전역으로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밴쿠버의 코퀴틀람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고 새로운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미래의 비즈니스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버니 스트리트는 밴쿠버 도심에 위치한 거리로, 고급 브랜드 매장과 호텔이 늘어선 쇼핑 상권이다.
특히 미국에서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비율은 90% 이상에 달해 가맹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맹사업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현지 시장에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 가맹사업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태국, 브루나이,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에 추가로 진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망한 시장으로 서구화된 식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아 베이커리 시장이 연 평균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140여개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진출했을 정도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해 있다. 파리바게뜨는 태국을 동남아시아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브루나이와 라오스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고급 베이커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고급 베이커리 카페 문화를 전파하고 현지 트렌드를 주도해 나간다는 목표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미국·캐나다·프랑스·영국·중국 등 14개국에 진출했으며, 2023년 약 6천500억원의 해외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파리바게뜨는 글로벌 매장 60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SPC그룹은 2020년부터 이어져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규 국가 진출과 투자를 이어가며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왔다.
직접 진출 방식을 통해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왔으며, 이 외에도 조인트벤처, 마스터 프랜차이즈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진출방식을 달리하는 '현지화' 등의 사업전략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SPC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2030년까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1천개 이상의 점포를 열 계획"이라며 "또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할랄(HALAL)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무슬림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손잡고 K푸드 단체급식 해외 확산과 국산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양사는 ▲해외 단체급식사업장 확대 지원 ▲K-푸드를 접목한 단체급식 메뉴 편성 확대 ▲국내 중소 식품기업 수출 판로 확보 등을 위해 협력한다.
아울러 올해 K-푸드 확대를 위한 전략 국가 중 하나로 멕시코를 선정했다. 이에 아워홈 멕시코 법인과 연계해 K-푸드 단체급식 및 국내 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다.
또 아워홈은 이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단체급식 점포 110여 곳에서 K-푸드 메뉴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회사는 이번 aT간 업무 협약을 통해 멕시코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식품으로 구성된 메뉴를 공급하고 정규 메뉴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추후 K급식 문화 확산, 국산 농산물 수출 판로 확대 등 K푸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해외 점포에서 한식 코너를 고정으로 운영하길 원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
중국 내 점포 중 70%, 베트남 점포 중 46%가 한식 코너를 고정 운영 중이다. 또한 K-푸드 수요 증가에 따라 국내 중소 식품기업 제품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아워홈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단체급식 시장의 문을 연 이후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까지 총 5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해외법인 모두 단체급식사업이 핵심이며, 미국에서는 기내식 사업까지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만 110여개에 달하는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진출 6년만에 60여개 점포까지 확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더욱 긍정적인 점은 우리나라 기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의 약 40%가 베트남 현지 영업을 통해 창출한 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본사-현지 법인-고객사' 간 긴밀한 소통과 K푸드 코너 신설 등을 통해 고객 니즈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지난해 식사대용식 브랜드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를 중국 시리얼 시장에 진출시켰다.
오리온은 지난 9월 중국 프리미엄마트 올레(OLE) 100여 개점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으며, 11월부터는 코스트코 및 허마센셩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중국 전역에 4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인 대형마트 따룬파, 창고형 마트인 샘스클럽과는 올해 상반기 입점을 확정고 현재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중국 시리얼 시장은 2009년 5천억원 규모에서 2021년 1조9천억원 규모로 12년 새 4배가량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시리얼 시장 규모가 2조3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서구식 식문화 확산과 더불어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편하면서도 맛과 영양을 갖춘 그래놀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오리온은 자사 스낵 제품 꼬북칩(현지명 : 터틀칩스 'TURTLE CHIPS')의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말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초도 물량 공급을 완료했고, 올 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꼬북칩은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를 비롯해 '파이브 빌로우', '미니소'까지 총 2천여 개 점포 입점을 완료한 바 있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법인에서는 꼬북칩을 현지 생산해 판매하고 있고 미국, 호주, 캐나다 등 2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7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7년 간 글로벌 누적 매출은 약 5천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향후 법인별로 시장 내 경쟁력 높은 제품 출시와 더불어 성장채널 시장 확대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간식점, 벌크시장 전용 제품을 확대하고 전문 경소상을 개발하는 등 성장채널 영업력 강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은 킹쭌(왕꿈틀이)으로 키즈시장을 확대하고, 쌀과자 '안' 신제품 출시로 쌀과자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하고 러시아는 초코파이 공급량을 늘리고, 후레쉬파이 오렌지맛 출시 등 라인업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트베리 신공장 및 노보 공장의 가동률이 130%를 넘어섬에 따라 현재 생산동 신·증축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해외 시장 공략은 필수다. 기업 스스로 성장을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오랜 기간 해외 시장 확대에 노력을 해왔다"며 "아울러 국내의 경우 경쟁심화와 가격상승 제한 등으로 시장이 다소 정체돼 있으나, 해외의 경우 국내 보다 시장이 커 향후 성장성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