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상권 소상공인들 피해 호소
길게 늘어선 손님에 알바도 고충
‘반짝 효과’ 그칠 거라는 분석도

‘죄송합니다. 얼음 부족으로 브레이크 타임입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빽다방 앞 키오스크(무인 결제 단말기)에는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 매장에서 약 400m 떨어진 다른 빽다방에는 아예 ‘얼음 소진으로 차가운 음료 전부 구매 안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들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방 한켠에 쪼그려 앉아 있던 김모씨(21)는 “오후 4시가 안됐는데 이미 브레이크 타임을 2번 했다”며 “사장님은 좋아하실지 모르지만 우리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빽다방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아메리카노를 500원에 판매하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메리카노 500원’ 행사는 더본코리아가 진행 중인 가맹점 상생 방안 중 하나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300억원 규모로 브랜드별 릴레이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빽다방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아삿추(아이스티+에스프레소 샷)를 1000원 할인한 데 이어 지난 5~7일 아이스 카페라떼를 10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할인된 금액 외 차액을 전액 본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점주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매장마다 길게 줄을 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본코리아의 이번 파격 할인행사는 화제성과 집객 효과 면에서 일견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500원’이 크게 적힌 노란색 홍보 포스터를 보고 “맛이나 볼까”라며 매장에 들어가곤 했다. 아메리카노 할인행사 첫날인 10일에는 빽다방 애플리케이션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빽다방에서 일하는 유모씨(22)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평소에 200잔 넘게 판매되긴 하는데 어제·오늘은 3배 이상 나간 것 같다”며 “아이스라떼 1000원 행사 때는 1명이 개수대에서 빈 우유곽만 정리했는데 이번에는 제빙기에서 얼음을 빼두고 컵에 얼음만 담아놓는 전담자를 뒀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빽다방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다른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거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근 소규모 카페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빽다방 할인행사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빽다방 건너편에서 1인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한 자영업자는 “오후 3시, 원래 이 시간 매출은 30만원 넘는데 오늘은 5만원”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카노 500원 대란’은 주변 상권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빽다방에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카페 사장은 “커피를 계속 쉬지 않고 뽑다 보면 커피머신 보일러의 물 온도와 압력이 내려가서 초기 세팅과 달라진다”며 “커피를 뽑는 사람도 템핑(커피 가루를 수평이 되게 정리한 뒤 적당한 힘으로 눌러 다지는 과정) 압력이 약해지거나 집중력이 흐려진다”고 말했다. 손님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오히려 맛과 품질 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는 고생하는 빽다방 아르바이트생 관련 게시물도 많다. 대부분 ‘OO점 오지 마세요. 제발 불매 좀’처럼 아르바이트생들의 하소연을 전하거나, ‘알바 힘들까봐 안 마시겠다’는 등 이들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이번 상생 방안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당장 손님 끌어들이기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가맹점 상생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백 대표가 각종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니 사과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행사보다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거나 본사 외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가맹점들이 원하는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더본코리아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가맹점주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