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가속페달 밟는 간병인 외주화
60대 54%, 40대 미만은 1.0% 불과
여성이 81%… 45%가 근속 1년 미만
병상규모 클수록 ‘젊은 내국인’ 많아
요양보호사 ‘노인복지법’ 근거하지만
간병인은 민간자격… 관리·감독 사각
“국가자격증 도입… 보수교육 의무화”

‘노노(老老) 돌봄’ 시대, 간병인도 고령화하는 가운데 전국 요양병원 간병인의 절반 정도가 중국 동포 등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요양보호사가 240시간 교육 이수 후 국가시험을 합격한 이들로 노인장기요양등급 대상자들만 돌보는 반면 간병인은 민간자격증으로 교육 이수만으로 자격을 취득하며 병원·가정 등 다양한 환경에서 노인·장애인·환자 등을 돌볼 수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돌봄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정부가 요양보호사처럼 간병인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상지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의뢰한 보고서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 제도화 방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296개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3만4929명이다. 학계에선 간헐적으로 활동하는 간병인이 약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의 약 79%는 60대 이상 고령자였다. 60대가 1만8671명(53.5%)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70대 이상이 8868명(25.4%)이었다. 이어 50대는 6133명(17.6%), 40대는 905명(2.6%), 40대 미만은 344명(1.0%)에 그쳤다.
국적을 살펴보면 내국인이 1만8737명(53.6%)으로 외국인(1만6192명·46.4%)보다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2만8391명(81.3%), 남성은 6538명(18.7%)이었다.
근무 경력, 근속 기간은 대체로 짧았다. 1년 미만이 1만5537명(44.5%)으로 가장 많았다. 1∼3년이 1만3254명(37.9%), 3년 이상은 6138명(17.6%)이었다.

병원당 평균 간병인 수는 27.5명, 100병상을 기준으로는 평균 13.4명이었다. 병상 규모가 클수록 70대 이상 간병인 비율이 낮고, 40대 이하 간병인과 내국인 간병인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1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의 간병인 중 40대 미만은 0.9%, 70대 이상은 25.2%인 반면, 5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의 간병인 중 40대 미만이 1.7%, 70대 이상은 18.9%였다. 내국인 간병인 비율도 1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이 47.8%로 가장 낮았으나 5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67.6%에 달했다.
간병인 중개 업체 43곳의 간병인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간병인 고령화 추세는 뚜렷했다. 60대가 63.0%, 70대 이상이 15.2%를 기록했다. 내국인이 53.5%, 중국동포가 43.1%였다.
요양병원 내 간병인의 간병 서비스 질이 문제가 되고 입원 환자 학대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간병인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 간병 서비스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 간병인은 중개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되거나 환자 또는 보호자와 계약을 맺는 식이어서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요양원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노인주거복지시설에 고용돼 환자의 가사·신체 활동을 지원하는 요양보호사는 보건복지부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자격을 부여한다. 이와 달리 간병인은 관련 법령도 소관 부처도 없는 실정이다.

간병인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환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배상책임보험엔 43개 중개 업체 중 33곳만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간병인 중개 업체에서도 간병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국립공주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국민통합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통합 돌봄 체계 구축’ 연구에서 “간병인도 국가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정기적 보수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 인력의 교육 및 경력 개발 체계를 구축해 표준 교육 프로그램 확대, 경력 인정 체계 강화 등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봄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나아가 “돌봄 인력의 근로 환경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한 ‘돌봄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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