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잠수함사에서 퇴역식… 인수요원과 역대 승조원 300여 명 참석
해군잠수함사 창설 동반한 1번함… 세계 43번째 잠수함 운용국 진입
34만 마일 무사 항해…RIMPAC 훈련서 미 항모도 탐지 못해
초대 함장 안병구 제독, "핵잠 시대 초석 다진 장보고함, 잘했고 고맙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대한민국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SS-Ⅰ, 1200톤급)이 34년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다. 해군은 12월 29일 오후 창원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 연병장에서 김경률 해군작전사령관(중장) 주관으로 장보고함 퇴역식을 거행한다. 행사는 해군참모총장 강동길 대장, 초대 함장 안병구 예비역 준장, 주한독일대사 게오르크 빌프리트 슈미트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퇴역식 주변 부두에는 도산안창호급(3000톤급), 손원일급(1800톤급),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3,200톤급)과 강화도함(5,600톤급) 등 현용 잠수함 전력이 나란히 정박해, 대한민국 수중전력사의 출발점이자 상징인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를 배웅했다.
장보고함은 1992년 8월 1일 부대 창설에 이어 1993년 6월 1일 취역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43번째 잠수함 운용국이 되었고, 수상·수중·공중의 입체전력을 완성했다. 독일 209급 잠수함 설계를 기반으로 한 장보고함은 이후 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으로 이어지는 국산 잠수함 기술 자립의 시발점이 됐다.

장보고함은 성능 한계를 시험한 훈련으로 잠수함의 실력을 세계에 입증했다. 1997년 하와이 단독항해 1만 마일(약 1.8만km)을 완주하며 원해 작전 능력을 증명했고,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는 미 항모를 포함한 30여 척의 함정을 상대로 한 번의 탐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어 2013년 한미 연합대잠전훈련(Silent Shark), 2016년 서태평양 탈출·구조훈련(PAC‑REACH)에도 참가, 모든 해외 잠수함훈련 이력을 가진 유일한 함정으로 기록됐다.

"백 번 잠항하면 백 번 부상한다"는 잠수함사 '안전신조' 아래 장보고함은 2011년 안전항해 20만 마일, 2019년 30만 마일을 돌파했고, 올해 마지막 항해까지 합계 34만2000마일을 무사히 마쳤다. 2023년까지 실전 임무를 수행한 뒤 2024년에는 훈련함으로 전환, 잠수함사령부 909교육훈련전대 소속으로 잠수함 승조원 양성을 맡았다.
이날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수호해온 장보고함의 항적은 우리 해군 잠수함사(史)의 이정표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후속 세대 잠수함이 더 은밀하고 강력한 전력으로 바다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함장 안병구 제독(예비역 준장)은 "핵잠수함 시대의 주역이 될 후배들이 수중에서 마음껏 작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명예롭게 스크류를 멈춘 장보고함, 잘했고 고맙다"고 회고했다.
퇴역식에서는 취역기 강하와 퇴역 명령 낭독, 공로패 수여, 기념 영상 상영 등이 이어졌고, 취역기가 강하되자 진해항에 정박한 함정들이 일제히 기적을 울리며 장보고함의 마지막 여정을 기렸다.
퇴역 이후 장보고함의 명판과 취역기, 명예전역장은 잠수함사령부 역사관에 보존된다. 마지막 함장 이제권 소령은 "대한민국 잠수함 역사의 첫 장을 쓴 장보고함의 항로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함정에 마지막 경례를 보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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