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연안지역의 외국인 관광 소비 규모가 연간 1조 원을 넘어섰다.
1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일선 박사팀(해양관광·문화연구실)의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외국인 관광 소비 규모는 8조 75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증가했다. 이중 연안지역 소비는 1조 258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의 11.7%를 차지하며 전년(7207억 원) 대비 42.3%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입국자 증가율(48.4%)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광 수요 확대가 실제 소비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 KMI는 설명했다.
특히 내국인의 연안지역 관광 소비 규모는 38조 9208억 원으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연안지역에서의 외국인의 1회 평균 결제금액은 8만8739원으로 내국인(2만2719원)의 약 3.9배에 달했다. 외국인의 관광 소비 중 숙박업은 51.5%(5286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음식과 소매·유통 중심의 소비 형식을 보이는 내국인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계절별로는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가 성수기인 가을(30.5%)과 여름(30.0%)에 집중됐다. 반면 겨울은 17.1%에 그쳐, 성수기 중심의 상품과 함께 동절기 보완형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적별 소비 비중은 싱가포르(19.0%), 미국(16.3%), 대만(14.3%) 순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구도를 유지했다. 특히 대만은 소비 금액이 전년 대비 106.3% 증가했고 일본은 소비액이 전년 대비 229.3% 급증했다. 몽골은 812.7%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위 10위권에 진입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인천에서는 일본(33.9%), 부산에서는 대만(22.4%) 관광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지역별·국적별 소비패턴의 차이도 드러났다.
연안지역 외국인 관광 소비는 부산(42.1%)과 제주(24.7%)가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의 양대 거점으로 자리했다. 인천은 781억 원에서 1871억 원으로 139.6% 증가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강원·충남·전북 등은 소비 규모가 여전히 낮아 지역 간 편차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는 여전했다. 전체 소비의 65.3%가 서울에서 발생했으며 인천(9.7%), 부산(8.5%), 경기(7.7%)가 뒤를 이었다.
소비 구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인천연안은 숙박 비중이 전년 68.7%에서 83.1%로 크게 늘어나 외국인 숙박 중심지로 부상했다. 부산연안은 숙박 비중이 46.3%에서 38.1%로 줄어든 반면 소매·유통은 38.3%에서 45.3%로 증가해 쇼핑 중심지 성격이 뚜렷해졌다. 제주연안은 서귀포가 숙박 중심(67.9%), 제주시가 소매·유통 중심(48.2%)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보였다.
이번 분석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해양관광시장을 전년도와 비교해 체계적으로 계량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정희 KMI 원장은 “향후 국가별·계절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해양관광 전략을 마련하고 K-컬처와 연계한 체류형 콘텐츠를 확산시켜 연안지역이 세계적 수준의 해양관광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