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에서 지난달 28일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고 한 달이 흘렀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현지는 여전히 아비규환 상태다. 미얀마 군부가 반군과 휴전 후에도 구호 활동을 막아서면서 피해가 되려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지난 24~25일(현지시간) 미얀마 현지에서 구호하는 활동가들을 화상·서면으로 만났다. 활동가들은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는커녕 시신 수습조차 다 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미얀마 양곤에 사는 자니(52)는 강진 발생 이후 만달레이 타다우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자니는 이번 지진으로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자식뻘 동료들을 잃었다. 그는 “사망한 지인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다”라며 “부모님들을 만났는데 너무 슬프고 남 일 같지 않아 피해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다우 지역에서는 현재 피해 복구도, 시신 수습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 많아 무너진 건물 잔해를 옮길 장비 진입이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잔해를 옮겨야 하니 무너진 건물들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자니는 “잔해를 옮기지 못하다 보니 매몰된 시신들을 아직 다 꺼내지도 못했다”라며 “어제(지난 4월23일)도 건물 잔해를 치우다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마실 물조차 못 구하고 있다. 인근에 강이 있는데 지진으로 다리가 무너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강에 빠져 숨졌다. 강에서는 아직도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제때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니는 “뼈가 부러졌는데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리가 썩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진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건물이 또 무너질까 봐 여전히 밖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진 이후 뱀들이 땅 위로 올라오면서 건물 밖 생활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안전한 거처 마련이 시급하지만 지진 이후 자잿값이 크게 올라 쉽지 않다. 자니는 “지진 이후 벽돌, 시멘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나무라도 구하고 있지만 그조차 비싸서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정호 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만달레이·네피도 지역을 다녀왔는데 온도시가 공사판 같았다”며 “사가잉 지역도 접근을 시도했지만 반군이 도로를 가로막고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편집장에 따르면 만달레이에서 사가잉 지역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는 군부에 의해 진입로가 모두 막혔다.
사가잉은 진앙지로 꼽혀 어느 지역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군부는 반군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강진 이후에도 사가잉에 폭격을 이어갔다. 군부는 피해 복구를 위해 반군과의 휴전을 선포한 뒤에도 사가잉 지역 진입을 차단하고 있어 정확한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려운 상태다. 이 편집장은 “사가잉의 지인들을 통해 들은 군부의 폭격 사례가 최소 4번이었다. 구호품을 군부에 빼앗겼다는 지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자니도 “사가잉 지역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보니 현지 사진이 SNS에 올라와도 AI(인공지능) 사진이 아닌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그라들까 봐 우려하고 있다. 자니는 “갈수록 날이 더워지고 있어 구호 활동을 하는 이들도 지치거나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구호용품이나 자원봉사에 나서는 사람들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