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화이팅. 연수, 화이팅.”
어린 조카들의 해맑은 응원 소리가 실의에 빠진 삼촌을 움직였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삼촌은 2년간 괴로움을 딛고 어엿한 ‘선수’로 거듭났다.
프로축구단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 출신 유연수(26)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사격 선수로 BDH 파라스에 입단했다. 유연수는 제주 시절인 2022년 10월 18일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지체 장애인이 됐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유연수는 재활 치료를 마친 뒤 다양한 장애인 스포츠 종목에 도전했고 사격 선수 출신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의 권유로 사격 선수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유연수는 “남들은 제2의 인생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제1의 인생”이라며 “축구 선수로서 얻지 못한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는 등 멋진 사람, 멋진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유연수는 “사격 옷을 입을 때부터 땀이 나고 기본 자세를 오래 잡고 있는 게 지루하고 힘들다”면서도 “빨리 총을 쏘고 싶다는 마음을 누르면서 지금은 오직 자세 연습에만 충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연수는 2028년 LA패럴림픽에서 태극 마크를 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연수는 ‘선수로 새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누나의 두 딸을 떠올렸다. 유연수는 “백송이(9), 백그루(3)가 ‘삼촌 화이팅’이라며 응원한 소리가 내가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조카들에게 자랑스러운 삼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연수는 프로축구 선수로 3년 동안 8경기에 출전했다. 유연수는 “연습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기가 막히게 잘했다”며 “앞으로 장애인 사격 선수라고 하면 유연수가 떠오를 있도록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유연수는 “축구도 실패가 아니라 부상으로 그만둔 것일 뿐”이라며 “장애 뒤로 숨지 말고 장애를 깨부수고 멋진 인생을 살아서 나와 비슷한 중도 장애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BDH 파라스는 장애인 전문 실업팀으로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배동현 창성그룹 부회장이 설립했다. 배동현 BDH파라스 이사장은 “장애인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완 회장은 “창성그룹과 같이 장애인 선수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곳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