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교수의 치과의사 2막1장] Love Letter 답장

2024-09-26

경기도 과천시 보건소 업무대행 김영수 치과의사

퇴직하기 수년 전에 지방의 치위생학과에서 필자의 스승인 K 교수님이 저술하신 교재로 ‘공중구강보건학’을 강의한 적이 있었다.

‘예방치과’를 전공했으니까 재직하는 직장 이외에서는 허구헌 날 ‘공중구강보건학’을 강의할 듯하지만, 일반적으로 치과대학이나 치전원의 ‘공중구강보건학’ 담당교수일지라도 담당 학생들 이외에는 외부에서 ‘공중구강보건학’을 강의할 기회를 얻기는 쉽지가 않다.

스승님의 교재가 ‘한글’로 제작되어 있어서인지 이해가 쉽다(?)는 핑계로, 해당 대학의 담당 교수의 강의 경력이 축적될수록 고유의 강의록이 완성(?)되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재를 개발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우연히 그렇게 개발된 교재들을 보면, 필자의 중고등학교 시절 ‘자습서’를 보는 느낌이 드는 교재도 있어, 괜스레 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K 교수님의 직계 제자가 자신의 이름을 표지에 새기고 원저의 내용은 축약시키면서 그림이나 도표 등의 화려함을 더하여 출판한 교재를 보면, 과거 서울 강남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을 보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필자의 성격 탓에 이러한 화려한 복제 교재로 강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은 덕(?)인지, 필자에게 강의를 의뢰하는 대학 측에서는 ‘원저’로 인정되는 K 교수님의 저서를 교재로 한 강의를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던 것 같다.

K 교수님의 교재는 전통적인 ‘교과서’에 해당한다. 단, 교재를 처음 본 순간 드는 느낌은, “초등학생들은 절대 싫어할 수 밖에 없는 교재”라는 것이다. 그 흔한 ‘표’도 드물고, ‘그림’이나 ‘사진’을 찾는 건 정말로 힘든 작업이고, 두께는 왜 또 그리 두꺼운지 답답할 뿐이었다. 필자의 대학 학창 시절은 ‘영어 원서 복사판’으로 뒤덮인 시절이었다.

한글로 제작된 교재라면, 두경부해부학 계열의 교재-두경부해부학, 구강조직학, 치아형태학-와, 공중구강보건학과 예방치학의 전신인 ‘구강보건학과 치학개론’ 교재가 손꼽을 수 있었다. 그 당시 독자적인 위치였던 교재들이 아직도 개정 중인 두경부해부학을 제외하고는, 교재로서의 독보적인 자기 자리 차지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앞서의 필자 스승님의 저서는 현재 전국에서 2개 학교 정도가 교재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치위생학과 1개교와 모교 치과대학 1개교 뿐인 것이다.

인기 있고, 국가시험에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요즘 학생들이 선호할 수 있는 구성의 교재가 인기가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소위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선거의 패배’를 탓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이론의 근거를 밝히고 그에 대한 설명이 ‘시대의 흐름’과 잘 어울릴 때 새로운 교재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K 교수님의 제자들이 소위 ‘교재 개정 저자 모임’이라는 것을 개최했던 적이 있었다. ‘고전’이라고 생각했던 교재의 판매 부수가 ‘신생 복제요약본’ 같은 화려한(?) 교재의 판매 부수보다 못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출판사 사장님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그간의 강의 과정에서 가슴에 품어 두었던 불만을 한꺼번에 저자인 스승님께 토로했던 것 같다. ‘내용의 중복성을 줄이고, 최근 제작된 그림이나 표의 삽입과, 3~5개 색상의 도입 등으로 책의 디자인을 바꿀 것’ 등을 건의했던 기억이 난다.

스승님의 결론은 “No!”였고, 회의가 끝난 후 필자는 ‘버릇 없는 제자’로 낙인이 찍혔고, 함께 참석했던 ‘치위생과 교수’ 한 분이 “왜 그러셨어요, 교수님?”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에도 국가시험를 앞둔 수도권 치과위생과에서는 가끔씩 ‘공중구강보건학 및 예방치학 특강’을 의뢰해 왔다. 하루 6~8시간에 걸친 특강의 끝마무리에는 꼭 해주는 말이 있었다. 이 책은 K 교수님의 ‘Love Letter’라고 말해 주었다.

“책의 구석구석에 ‘치과위생사’가 공중구강보건활동에서의 ‘주역’이라고 표현되어 있다는 것과, 치과의사는 단지 주도적인 기획을 할 뿐”이라는 표현을 학생들이 알아차렸다면, ‘경제학원론’의 저자 J 교수님이 서울시장직을 떠날 때 큰 절을 했던 제자의 마음이 이해되었을 것이라고,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일어서는 학생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들려주었다.

필자의 스승님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짝사랑’의 대가(?)인 듯하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직종을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의 구강건강을 유지, 향상시킨다.’는 구절로 가려가면서 어렵게 표현을 하셨나 보다.

정작 상대방인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 중 일부는 필자의 스승님을 ‘고집만 세고 유연성이 부족한, [민주]와는 거리가 있는’ 분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

스승님의 저서 어디에서도 [민주]를 찾아볼 수 있고, [사랑]을 찾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분의 외모, 말투에서 우리에게는 고집스러움만 보이나 보다.

독자들께서 예상하시듯 필자 역시 K 교수님과는 부드러운 관계가 아니지만, 스승님의 “Love Letter”에 대한 답장(?)을 보내드린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이어나가는 과정을 이제 마치고, 현장에서 공중구강보건학을 실천하고 있는 제자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스승님의 가르침을 ‘사랑’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공중구강보건학’에 대한 짝사랑이 깊었고, 그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이 자리를 지키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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