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간배달앱의 수수료와 독과점에 맞설 대안으로 나온 ‘공공배달앱’의 지역별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일선의 지자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제한되던 2020년,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화폐 육성을 통한 상생 소비 등을 위해 공공배달앱을 운영해왔다. 직접 앱을 개발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신한은행이 출시한 ‘땡겨요’, 위메프의 ‘위메프오’, ㈜먹깨비의 ‘먹깨비’ 등 민간 업체와 제휴를 통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면 사업 리스크가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35곳의 광역·기초단체에서 공공배달앱을 운영했지만,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수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 강원도의 ‘일단 시켜’와 대전의 ‘휘파람’, 부산시의 ‘동백통’과 남원시의 ‘월매요’, 경남 진주시의 ‘배달의진주’, 강원 춘천시의 ‘불러봄내’ 등 10여개 이상의 공공배달앱이 운영을 종료했다.
경기도의 ‘배달특급’과 충북도의 ‘먹깨비’ 등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갈수록 이용자 수가 줄어들며 위기를 맞고 있다. ‘배달특급’은 2021년 이용자가 66만 명에 달했지만, 2024년 9월 49만 명으로 17만 명 감소했다. 월별 평균 거래액도 2021년에는 85억원에서 2022년 109억원까지 늘었다가, 2024년 월평균 55억원에 그치며 반토막 났다. 도는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배달특급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충북 공공배달앱 ‘먹깨비’는 지난해 8월 누적 주문 120만 건과 누적 매출액 300억원을 달성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매출액과 주문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0년 9월 도입한 충북 먹깨비는 2022년 94억1400만원. 2023년 62억7200만원의 매출액을 내는 데 그쳤다. 주문건수 역시 2021년 50만4300건에서 2023년 24만6800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반면 지역 내 점유율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대구시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광주전남의 먹깨비 등은 지역 내 점유율을 높이며 순항하고 있다. ‘대구로’는 출시 3년째를 맞은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55만4000명을 돌파했다. 대구 음식점(약 4만5000곳)의 40%가 대구로에 입점했고 매출은 570억원을 기록했다. ‘대구로’는 가맹점 등 소상공인에 친화적인 수수료 정책과 온누리상품권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전통시장 접근성을 높인 점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광주시는 공공배달앱으로 ‘위메프오’와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21년 7월 출시, 가맹점은 지난해 11월 기준 1만4190개소로 시행 초기보다 11배 상승했다고 밝혔다. 누적 주문건수 161만 건, 누적 매출액은 401억원이다. 시는 올해부터 공공배달앱 수수료를 2%로 고정한다. 지역 상생카드 적용 등 이점 등을 지속 홍보해 지역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에 한 위원이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 달에 주문 1건”…자영업자도, 소비자도 ‘외면’하는 이유는…
공공배달앱의 큰 장점은 시중 민간배달앱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중개 수수료다. 공공배달앱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1~2%대다. 배달업계 플랫폼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인상을 거듭해 9.8% 수준까지 올랐다. 주문 금액이 1만원이라면, 가게 업주는 배민에 수수료를 980원을 지급하지만 공공배달앱에는 100원~200원가량만 지급하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굳이 공공배달앱에 입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자영업자는 “배달특급(경기 공공배달앱)으로 한 달에 1~2건 들어온다”며 “수수료율이 낮아 마진이 커도 매출 규모 자체가 워낙 적어 굳이 공공배달앱에 입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이 2023년 4월 발표한 ‘배달서비스 확산에 따른 외식업 변화 특성 연구’에 따르면 도내 배달서비스 시장에서의 배달특급 점유율은 3.15%에 불과했다.
이처럼 공공배달앱 사업을 접는 지자체는 낮은 인지도 등으로 민간배달앱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공공배달앱 사업을 접은 전북도의 경우가 그렇다. 도의 공공개발앱 ‘먹깨비’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9월부터 운영했다. 도는 지난해 20개 시군과 함께 예산 74억원을 투입해 공공배달앱 운영을 지원해 누적 주문 건수 345만건, 매출액 8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원 1명당 한 달 평균 주문 건수가 3.3회에 불과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월 평균으로는 가맹점당 주문은 6.8건, 매출은 2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결국 예산 투입 대비 성과에 대한 논란과 시군별 이용 편차가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공공배달앱 활성화 계속된다
그럼에도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을 향한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민간배달앱이 수수료를 올리면 견제 장치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1월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를 발표, 민간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배달앱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시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소상공인단체, 자치구 등과 협력해 공공배달앱 입점가맹점을 늘리고 자치구 배달전용 상품권(15% 할인) 사용 자치구도 현재 10개에서 25개 모든 자치구로 확대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지난해 12월 2일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산·울산·경남 경제동맹’ 차원에서 공공배달앱을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박 지사는 “배달앱과 관련해 영세상인들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부울경 경제동맹에서 공공배달앱을 개발 및 운영해보자고 경남도가 제안하자”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배달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점포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심리가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싶어 한다”며 “공공배달앱의 경우에는 선택지 자체가 몇 개 없으니 소비자가 고르는 입장에서 흡족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민간배달앱의 경우 자본주의 시장과 소비자의 빠른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배달시장이 위태로워졌지만, 민간배달앱은 ‘배달비 면제’ 등 소비자에게 이익을 줘 떠나지 않게 했다. 공공배달앱이 이런 민간회사와 경쟁을 할 때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민간배달앱을 더 이상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 공공배달앱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다”며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점주들이 공공배달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