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제도가 일몰된 가운데, 일부 도축장들이 이달 1일자로 도축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 일몰에 따라 올 1월부터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자단체들은 수수료가 인상되면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정치권·정부의 무관심 속에 축산업계 피해만 커진다고 비판했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에 따르면 일부 도축장은 1월1일부터 도축수수료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적으로 소·돼지 등 포유류 도축장은 69곳, 닭·오리 등 가금류 도축장은 50곳이 운영 중이다. 인상 대열에 동참한 곳은 40여곳으로 파악된다.
축산물처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상 전 도축수수료는 돼지는 한마리당 1만8000∼2만2000원, 소는 20만원 내외 수준이었다. 도축장들은 도축수수료를 돼지는 1000∼2000원, 소는 1만∼2만원가량 인상했다. 다만 업체별로 도축수수료와 인상액이 다른 데다 추후 인상을 예고한 도축장들도 있어 이같은 추정치는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새해부터 도축장들이 도축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말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제도가 일몰되면서 당장 1월에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지난해 10월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1㎾h(킬로와트시)당 10.2% 인상한 데다 특례 할인 20%가 종료돼 도축장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3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이 단기간 폭등하면서 경영안정을 위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의견이다.
경기 광주의 한 도축장 대표는 “도축수수료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2월부터 인상분만큼 수수료를 올릴 계획”이라며 “각 업체들마다 경영 상황이 달라 인상률과 시기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업체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축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생산자단체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한우협회는 2일 성명을 내고 “도축수수료 인상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그동안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을 위해 정부와 국회 등을 대상으로 농정활동을 하는 등 도축업계 입장을 지지해왔다”며 “상생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사전 고지 없이 인상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단기적인 도축비 인상은 축산업을 더욱 위축시킬 뿐”이라며 “도축업계는 생산자단체와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 정책을 함께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협회는 “정부·국회는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같이 일몰 없이 할인 혜택을 받도록 법령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경 편성과 도축장 경영안정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축산유통팀 관계자는 “도축장 시설 중 예랭실은 보관시설인 만큼 필수 농업시설로 인정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제도 일몰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