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국산’이란 말 하나로 통했지만, 지금은 단지 국내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품질 경쟁력과 글로벌 트렌드 선도력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라면은 올해 10개월 만에 수출액 10억2000만 달러(약 20억 개)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치킨·위스키·생수 등 다양한 식음료 품목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의 기준이 되는 시대. 특히 불황기엔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이 국내 기업에겐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이 된다. 이 시리즈는 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비전을 창출한 토종 기업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들은 지금, 세계에서 ‘K-파워’를 증명하고 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창립 34주년을 맞은 교촌그룹이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위상을 지키며 해외 확장과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1259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4년 연매출은 전년 대비 8% 상승한 4806억 원으로 집계됐다. ‘변우석 효과’로 불리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함께 본업인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부문 실적이 상승세를 보였고, 글로벌 사업도 마스터프랜차이즈(MF) 로열티·부자재 수출 확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치킨 전쟁이라 불릴 만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포화 속에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교촌치킨은 창업자 권원강 회장이 1991년 경북 구미시 송정동의 아파트 상가에서 ‘교촌통닭’으로 시작했다. 간장치킨이라는 독특한 레시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강자로 자리 잡았다.
가맹점 수를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도 2022년까지 줄곧 업계 1위를 지킨 배경에는 권원강 회장의 철학인 ‘진심 경영’이라는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시무식에서도 권 회장은 ‘진심’을 신년 키워드로 제시하며 “교촌의 본질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 비결은 첫째도 진심, 둘째도 진심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교촌의 전략은 ‘속도보다 품질’이다. 현재 전 세계 7개국에 7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직영과 MF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MF 방식은 빠른 확장에 유리하지만 브랜드 철학 훼손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교촌은 중국·말레이시아·UAE·대만 등 아시아 5개국에 전사 TF를 구성하고 QSC(Quality·Service·Cleanliness) 강화를 추진했다. 국내 매장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레시피, 위생, 서비스 전반 개선을 통해 진출국 매장 평균 QSC 등급을 B에서 A로 상향시켰다.
교촌의 브랜드 정체성은 매장 운영뿐 아니라 소스에서도 확고한 철학으로 드러난다. 교촌의 소스 자회사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최근 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 ‘FSSC 22000’ 인증을 획득하며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비에이치앤바이오는 하루 최대 40톤, 연간 1만2000톤 이상 생산 가능한 스마트팩토리 기반의 K-소스 전문 기업이다. 교촌 특유의 간장·레드·허니 소스는 물론 2000여 종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국내외 주요 식품 대기업 대상 OEM·ODM 사업도 전개 중이다.
최근 3년간 3157톤의 국산 농산물을 수매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을 계약재배 방식으로 확보한 점은 교촌의 ‘진심 경영’ 철학이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구현된 사례다. 지난해부터는 시그니처 레드소스를 기반으로 청양고추 매운맛과 다양한 풍미를 더한 ‘K1 핫소스’ 3종을 출시,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스 수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인 가맹점주와의 동반성장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싱글윙 시리즈 판매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포항 양학대이점에 본사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상금 300만 원과 함께 현장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한편 교촌은 창업 1호점이 위치한 구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당 일대를 ‘K-푸드 성지’로 관광자원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국내 대표 브랜드의 상징성과 지역 연계형 확장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