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머리이거나 현장서 머리 밀어야 입장 가능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부고니아’ 시사회
미국 LA에서 열린 특별한 영화 시사회가 화제다.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대머리 전용' 행사였는데, 이 영화의 원작이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컬버 극장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부고니아(Bugonia)' 시사회가 열렸다. 배급사 포커스 픽처스는 “대머리이신가요, 아니면 대머리가 되고 싶으신가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대머리이거나 현장에서 머리를 밀 의향이 있는 사람만 입장 가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날 극장 로비에는 실제로 '간이 미용실'이 설치됐다. 대머리가 아닌 관객들은 '부고니아' 로고가 새겨진 가운을 두른 채 의자에 앉아 머리를 밀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로이터통신은 “관객들이 웃으며 삭발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한 팬은 “영화를 2주 일찍 보고, 공짜로 이발까지 하는 기회였다”며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독특한 콘셉트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착안했다. 주연 배우 엠마 스톤이 맡은 대기업 CEO '미셸 풀러'는 음모론자들에게 납치돼 머리를 밀리는 수모를 겪는다. 실제로 엠마 스톤은 이 장면을 위해 직접 삭발을 감행했으며, 영화의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부고니아'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장준환 감독)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에서는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다.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독창적인 설정과 블랙 코미디적 풍자로 '저주받은 명작'으로 재평가받아왔다.
리메이크작에서는 원작의 대기업 사장을 여성 CEO로 바꾸는 성별 전환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두 남성 테디(제시 플레먼스)와 돈(에이든 델비스)이 거대 제약회사 CEO 미셸(엠마 스톤)을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을 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랍스터' '가여운 것들' 등으로 독특한 부조리극 세계를 구축한 감독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사회 풍자를 통해 원작이 가진 기괴한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엠마 스톤과는 '가여운 것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한편 '부고니아'는 베니스, 텔루라이드, BFI 런던, 부산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오는 31일 미국에서 제한 개봉 후, 11월 5일 국내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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