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4일 '전면 휴진' → '진료 재조정'으로 선회

2024-07-03

경증 환자 1, 2차 병원으로 전원...중증·응급·희귀질환 집중

정부 향해 "책임있는 자세로 전공의 정당한 권리 보장하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는 4일부터 일주일 전면휴진을 예고했던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진료 재조정'으로 바꿀 방침이다. 진료 재조정은 경증 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보내고 중증·응급·희귀 난치성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울산대학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 붕괴가 시작되는 국가 비상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금보다 더 선별적이고 강도 높은 진료 축소 및 재조정을 통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2021년 암 발생자 수는 총 27만여 명이다. 이 중 13%인 3만 6000 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받았다. 가장 사망률이 높은 폐암의 경우 2021년 3200여 명을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암 등록 보고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6개월 동안 1100여 명이 진단받고 치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위는 "한국 의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경증 질환의 1, 2차 병원으로 회송하고 단순 추적 관찰 환자와 지역 의료가 담당할 수 있는 환자의 진료는 불가피하게 축소하기로 했다"며 "진료 재조정 첫날인 7월 4일 주요 수술은 자체 집계 결과 작년 동일 기간 대비 49% 줄었고, 전주 대비 29% 줄었다"고 알렸다.

이어 "외래진료환자는 작년 동일 기간 대비 30.5%, 신환(신규 환자)은 42.1% 줄었고, 전주 대비 17.2% 줄었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진료를 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의 이 같은 '전면 휴진'에서의 '진료 재조정' 선회는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른바 빅 5병원 중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결정했던 서울대병원은, 휴진 개시 닷새 만인 지난달 21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최한 청문회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이 의료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이 공개됐다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며 "의료 붕괴가 임박한 시점에서 의료 개혁의 실무를 담당한 전병왕 실장은 명예퇴직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의료 전달 체계 구축 및 지역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서 시행하길 바란다"며 "암 환자와 중증, 응급 질환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의료 상황과 비교한 통계를 발표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집중할 수 있게 강도 높은 정책을 실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전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중복 진료를 금지해주시고 이미 시작된 지방 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이미 발표한 정책과 예산을 즉시 투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지지 입장도 나왔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라며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calebca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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