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명의 마약 중독자들에게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7개월간 약 15억원을 벌어들인 의원 관계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염혜수 판사는 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서모씨(65)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씨가 근무했던 A의원 개설자 이모씨(74)에게도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의원 상담실장 장모씨(29)와 간호조무사 길모씨(41)는 각각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관계자 3명도 모두 징역 1년6개월부터 징역 3년까지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마약류 오·남용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는 의료업 종사자들이 오히려 범죄 조직을 결성하고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실행했다”며 “장기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해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A의원에서 수면·환각을 목적으로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중독자들에게 판매·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의원은 진료하는 공간과 분리된 곳에 ‘피부관리실’을 마련해놓고, 이곳에서 약물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제한 액수만큼 상담실장이 투약량을 결정하고, 간호조무사들이 의사의 관리·감독 없이 주사를 놨다. 신원 확인 없이 익명으로 환자를 받기도 했다. 시간당 프로포폴 투약 대금은 평균 100만원이었는데, 투약량과 시간 모두 중독자가 요구한 대로 정해져 사실상 무제한 투약이 가능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투약자 한 사람이 하루에 결제한 최대 프로포폴 대금이 1860만원, 최대 투약 시간이 10시간24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폭력조직 일원인 자금 관리책도 프로포폴 중독자들을 통제하고, 돈을 관리하기 위해 현장에 상주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