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리빌딩' 우리금융...파생거래 역량에 쏠리는 눈

2024-10-21

[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이달 3분기(7~9월)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10년 만에 우리금융 실적에 '기여'하게 될 증권사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8월 1일 우리투자증권을 출범, 오랜 숙원 끝에 증권사를 품에 안았다. 출범 초기인 만큼 우리투자증권이 당장 그룹에 보탤 실적보다는 그룹 맏형인 은행의 트레이딩 사업 부담을 중장기적으로 덜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오후 3분기 실적발표에 나선다. 대출 수요 등 수익자산은 늘어나는 반면 자금조달 부담은 줄어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그룹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주는 증권사를 인수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 3분기 자회사 현황에 10년 만에 '증권사' 이름을 포함시키게 돼 더 이목을 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증권사(구 우리투자증권)를 NH농협금융에 매각한 뒤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증권업에 재진출했다.

우리금융이 증권업에 다시 나서면서 그룹이 '파생 거래 역량 제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간 우리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그룹사 중 증권사가 없어 파생 거래를 도맡아왔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경우 증권 계열사가 주축이 돼 파생상품 운용을 하거나, 은행과 함께 매트릭스 체제로 트레이딩 조직을 꾸리는 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이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우리은행이 홀로 책임져왔다.

이러한 우리금융의 체계는 은행이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할 경우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자금시장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기 위해 은행이 이전보다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며 운용에 나설 경우 대규모 평가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ELS(주가연계증권) 평가손실을 낸 바 있다. 당시 대규모 손실 배경엔 과도한 실적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 주력 수익원인 기업금융 부문에서 업계 경쟁이 심해지자 자금시장 부문에서 비이자수익을 내기 위해 큰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다. 자금시장 부문은 기업금융, 개인금융, 투자금융 부문과 더불어 우리은행의 4대 영업부문 중 하나다. 통상 은행은 증권사와 장외파생거래를 맺고 기초자산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백투백헤지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은행은 그룹에 증권사가 없어 트레이딩을 주요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는 다른 대형 증권사처럼 자체 헤지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 "우리투자증권이 모든 역량이 발휘하도록 그룹의 가용자본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파생 거래 기법이 고도화되는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수가 늘고 변동성 확대 빈도도 잦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선진화된 파생 거래 시스템을 위해 인력, 체계 구축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증권사가 성장을 거듭할수록 은행은 주력사업인 기업금융 부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업금융 부문 순익 85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8835억원)보다 3.7% 뒷걸음질쳤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당시 "홍콩H지수 ELS 손실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은행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되는 파생상품을 직접 선별해 넘기겠다"고 언급, 은행을 통해 파생상품을 판매하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

출범 하자마자 업계 18위권 중형 증권사로 첫발을 뗀 우리투자증권은 ▲종합금융 ▲S&T(세일즈앤트레이딩) ▲리테일(소매) ▲리스크관리 등 4개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기존 발행어음과 부동산에 집중된 우리종합금융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S&T, 기업금융(IB), 리테일 등 증권사 본연의 사업 구조를 완성, 대형 증권사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구상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초기인 만큼 올해는 유의미한 실적 기여가 어렵겠지만 2025년 이후부터는 기여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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