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A씨(21)는 장애인콜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도 가야 하므로 움직일 일이 많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건 쉽지 않다. 동반자가 있어야 하거나 ‘운행 중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서약하는 내용이 담긴 신청서를 내야 한다.
A씨가 처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시도한 건 장애인시설센터에서 자립해 나온 뒤인 2023년 4월이었다. 서울시설공단(공단)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립해서 살 정도로 인지능력이 있는데 왜 동반자가 필요할까?’ A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해 9월 A씨는 법원에 판단을 구해보기로 했다.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인이라고 해도 동반자 동행을 의무로 정한 공단 규정은 차별”이라는 취지로 장애인차별행위 중지 소송을 냈다. 동시에 동반자 의무 규정에 대해 임시조치를 해달라는 소송도 함께 냈다.
임시조치 소송 결과는 한 달 만에 나왔다. 법원은 2023년 10월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공단은 A씨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행정적 편의만을 위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보호자가 없음을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한다면 사실상 이용할 수 없게 돼 보행 장애인으로서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콜택시 규정은 지역마다 다르다. 부산·대전·인천·광주·강원·제주 등에선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구와 전북·전남 등에선 필요에 따라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의 임시조치 인용 결정 이후 공단은 일부 규정을 수정했다. 정신적 장애로 보행 장애가 유발되지 않는다면 홀로 장애인콜택시를 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장애인콜택시 신청서를 내는 걸 전제로 했다. ‘서울 장애인콜택시 단독 탑승으로 인해 운행 중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운행 도중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한 경우 향후 단독 탑승이 거절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문구가 신청서에 담겨 있다. A씨는 “여전히 차별행위”라고 반발했다.
본안소송에서 A씨 측은 이 임시조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퉜다. A씨 사건을 지원하는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7일 “마치 모든 책임을 다 당사자에게 지우는 듯한 서약서 같은 신청서를 내야 하는 건 차별”이라며 “임시조치 취지는 스스로 인지가 가능한 장애인은 혼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신청서를 쓰게 한 공단 측의 임시조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안소송은 8일 마지막 변론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