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의 해’ 소리 없이 넘어가나… 유통업계, 신년 마케팅 ‘위축’

2024-12-25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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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로 연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유통가의 신년 마케팅이 자취를 감췄다. 예년 같으면 각종 이벤트와 한정판 제품으로 새해 분위기를 띄우던 유통업계지만, 올해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수원시 권선구의 한 대형마트는 연말을 맞이했음에도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다가올 ‘갑진년’을 대비해 용을 형상화한 한정판 상품과 판촉 행사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던 지난해 모습과는 대비된다.

작년 이맘때 스타벅스는 ‘푸른 용의 기운’을 담은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였고, 던킨은 청룡의 붉은 여의주에서 착안한 제과 제품을 출시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신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관련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년 관련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부 편의점과 주류 업계가 기획 상품을 출시했지만, 대형 유통업체나 백화점은 관련 이벤트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꼽는다. 식품업계 홍보 담당자 A씨는 “나라 상황이 시끄럽다 보니 신년 마케팅을 강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관심이 집중될 시점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화점 판촉 담당자 B씨는 “을사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을사늑약 같은 역사적 사건을 떠올릴 수 있어 소비자 반응이 우려된다”며 “띠를 직접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뉴스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통해 12월 한 달간(1일부터 24일까지) 신년 띠를 언급한 기사를 살펴본 결과, 2022년에는 ‘계묘년(검은 토끼의 해)’이 706건 보도됐고, 2023년에는 ‘갑진년(푸른 용의 해)’이 824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2025년을 상징하는 ‘을사년(푸른 뱀의 해)’을 언급한 기사가 같은 기간 기준 419건에 불과해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침체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통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치, 경제, 민생은 구분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 이슈에 매몰된 분위기가 소비 침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신년 마케팅도 같은 맥락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며 “소비는 들뜨고 설레는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통업계는 신년 마케팅에 자신 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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