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2025-04-03

페스트: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는 없는 법. 그것이 이 세상의 정의야. (…) 이 세상의 질서는 네가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그걸 네가 바꾸고 싶다면, 꿈 따위는 내다 버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을 고려해.”

디에고: “싫어. 그런 방식은 나도 알아. 살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죽이지 않을 수 없고,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도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따위 논리가 수백 년을 버텨온 것이지! 지난 수백 년간 너와 같은 권력자들은 이 세상에 난 상처를 치료한다는 구실로 오히려 악화시키기 일쑤였어.”

-알베르 카뮈 『계엄령』 중에서.

12월 3일 계엄의 밤으로부터 122일. 역사적인 탄핵 선고를 앞둔 아침, 카뮈의 희곡 『계엄령』을 다시 꺼내 읽는다. 페스트가 퍼져 혼란스러운 작은 도시에 갑자기 독재자가 나타나 계엄을 선포하는 얘기다. 위 문장은 독재자 페스트와 청년 디에고의 대화다. 페스트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조롱하듯 “자유인이라는 인간들한테 내 경찰 제복을 입혀 봐. 그러면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라고 말한다.

“우리 정부는 지금 아무리 떠들더라도 상대편으로부터 어떠한 반응도 얻지 못하는 상태를 모두가 경험하게 되는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어. 하나의 도시에서 서로 날을 세우는 두 개의 언어가 어찌나 집요하게 서로를 파괴하는지 결국에는 모두가 침묵과 죽음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그런 상태를 말이야.” (술주정뱅이 나다의 대사).

그러나 결국 균열은 일어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서다. 페스트의 비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체계의 결함이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고 저항하기만 해도 삐걱대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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