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3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지문 발견했다

2025-06-01

현생 인류의 사촌뻘인 네안데르탈인이 4만 3000년 전에 황토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장이 발견됐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마리아 데 안드레스-에레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사로 암석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화강암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일부러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장이 찍힌 돌멩이는 지난 2022년 네안데르탈인 유적지 1.5m 아래에서 발견됐다.

주변의 다른 돌보다 크기가 비교적 크기가 컸지만 도구로 사용된 것 같은 흔적은 없었다. 그 대신, 마치 사람의 얼굴을 묘사한 것처럼 곳곳이 움푹 패여 있었다.

특히 과학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정중앙에 있는 붉은색 자국이다. 사람의 얼굴로 치면 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스페인 과학 경찰에 지원을 요청해 다중 스펨트럼 분석으로 붉은색 자국의 실체를 확인했다. 그 결과 자국은 성인 남성이 손가락에 붉은색 염료를 묻혀 찍은 '지장'으로 확인됐다. 돌에 눈과 입 모양을 새기고, 염료를 묻힌 손가락으로 코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안드레스-에레로 교수는 “고고학적 맥락에서 색소로 표시된 최초의 유물”이라면서 “네안데르탈인의 능력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기여”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지장이 비실용적 맥락에서 발견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문화관광스포츠 장관을 역임한 곤살로 산토냐는 이 돌멩이에 대해 “유럽 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휴대용 예술 작품이며, 동시에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유일한 휴대용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추측일 뿐, 휴대용 예술 작품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논문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알바레즈 알폰소는 덧붙였다. 이 돌멩이와 비교할 만한 네안데르탈인의 예술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붉은 색소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황토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적색 안료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 분석이 어렵다. 연구팀은 작품을 만든 네안데르탈인이 붉은 색소를 외부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스페인 지질광산연구소, 국가경찰 과학경찰 총국, 살라망카 대학교가 참여했다. 논문은 동료 심사 과학 저널인 '고고학 및 인류학 과학'(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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