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유섬(36·SSG)에게는 개막 후 일주일이 유독 길었다. 29일까지 7경기 타율이 1할대에 그친 데다가 팀은 연패에 빠졌다. 어깨 무거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던 한유섬은 지난 30일 키움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리며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한유섬은 전날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흐름을 바꾸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1-1의 균형이 유지되던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선 한유섬은 김윤하의 직구를 타격해 고척돔 중앙 담장을 넘겼다. 한유섬의 시즌 1호 홈런이다.
승리의 기운을 이어받은 SSG의 타자들은 8회 6점을 추가하며 8-2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키움에 1·2차전을 연달아 패하며 가라앉아 있었던 SSG의 분위기는 이날 승리를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
SSG는 시즌 초반 최정(38)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큰 힘을 쏟고 있다. 최정은 개막 직전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아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지난해 37개의 홈런을 생산한 최정이 빠지며 SSG의 타선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한유섬은 이번 시즌 개막 후 지난 29일까지 7경기에서 타율 0.182로 부진했다. 이 중 4경기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전날 경기 한유섬의 결승 솔로포는 SSG 타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한유섬은 전날 경기 후 “요즘 몇 경기 동안 제가 기록 면에서 주춤했었는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이 조금씩 잡혀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운 좋게 실투를 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유섬은 최근 4~6번 중심타선부터 7번 하위타선까지 여러 타순을 오가고 있다. 그는 “(최)정이 형이 빠져서 타선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됐든 지금 구성원으로 경기를 계속 이끌어 나가야 한다”라며 “제가 중심에 있든 하위타선에 있든 해야 할 역할을 한다면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정이 빠져 있는 동안 한유섬은 김광현(37)과 함께 맏형 라인으로서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한유섬은 “광현이 형이 팀의 다운 돼 있는 분위기를 올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오늘 경기 전에는 광현이 형이 선수들의 본 헤드 플레이(이해할 수 없는 실책)에 대해 주의를 시켰는데 그 말이 100%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유섬 역시 후배들에게 ‘시즌을 길게 보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연패 기간에는 팀이 전체적으로 다운돼 있는데 마음먹은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어린 친구들이 많이 위축된 것 같다”라며 “시즌은 길기 때문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의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