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이 부족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불가한 시행사에 ‘꼼수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이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먼저 돈을 빌려주면 SPC가 이 자금을 시행사에 대여해 자기자본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갔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들을 향해 기존 토지담보대출 중 이 같은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조치도 취하라고 주문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에 SPC 등을 통해 우회 대출을 하는 방법으로 일부 저축은행이 대출 규제를 회피한 사례를 적발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부동산 PF 대출 취급 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PF 사업에 소요되는 총사업 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 대해서만 PF 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적발된 저축은행은 해당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시행사에 대출을 내주기 위해 SPC를 활용해 자기자본 비율을 충족시킨 후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갔다. 시행사가 우회적으로 돈을 빌려 자본 비율을 충족하면 저축은행은 토지를 담보로 시행사에 추가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다. 한 시행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기자본 없이도 SPC로부터 받은 대여금 50억 원과 토지담보대출 70억 원을 통해 담보가 100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PF 대출의 자기자본 조달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규제다. 우회 대출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과도한 PF 대출 영업이 이뤄지면서 다시 등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한동안 사례를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금기시되던 방식”이라며 “부동산 활황기에 과도한 영업 과정에서 재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업권에 대해 기존에 취급했던 토담대를 대상으로 SPC를 통해 대출 규제를 회피한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9월 말 결산에 반영하고 해소 계획을 마련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 이달 말까지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향후 현장 검사를 통해 점검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우회 대출 규모나 횟수 등 정도에 따라서는 제재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