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순항 변수', 대법 법리적 쟁점은? [시경pick]

2025-02-20

2심서 ‘채용비리’ 의혹 유죄... 연임 성공해도 중도하차 우려

대법원, 1년 2개월째 법리 검토... 올해 선고 내리면 운명 가를수도

[편집자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 경신을 이끌며 올해 1월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채용비리’ 사건이 여전히 ‘돌발 변수’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함 회장은 1956년생으로 올해 만 69세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이사가 만 70세가 되더라도 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이전 규범에선 2년차인 2027년 3월까지만 재임할 수 있었으나, 개정된 규범을 적용하면 2028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다.

함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에서 1심에서 무죄, 2심에선 유죄를 각각 선고받았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임기 중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불명예 퇴진’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가 이 사건 법리쟁점을 짚어봤다.

‘채용비리’ 사건은 2017년부터 수년째 함 회장을 괴롭히고 있는 사법리스크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이었던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1로 하도록 돼 있는 남녀 합격자 성비를 4:1로 조작한 것과 더불어, 지인의 청탁을 받아 서류 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 등에 개입해 불합격 지원자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법원은 함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3월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박보미 부장판사)는 함 회장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먼저, 재판부는 이 사건 공개채용에서 차별 채용이 이뤄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함 회장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차별 채용은 은행장의 변경 여부와 상관없이 10년 이상 이뤄져 왔고, 이는 인사부서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차별적 기준을 적용해왔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차별채용에 연루된 하나은행 인사부서 책임자들은 관련 사건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돼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을 들어 함 회장이 이들 인사 담당자들과 ‘공동정범’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례(2002도5112)를 인용하며, 공동정범 성립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실현의 전과정을 통해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해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재판 과정에서 인사부장 A는 “함 회장을 비롯한 역대 행장들과 임원진 사이에 ‘남성 인원이 많이 부족하니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A는 함 회장(당시 행장)이 자신에게 ‘전체적인 인원비가 남성이 많이 부족하니 남성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A가 ‘남성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보고하면 함 행장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위반죄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 채용이 인정되기 위해선 단순히 특정 성이 더 많이 채용됐다는 결과값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원자들의 성별로 차별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도출되었다는 과정 내지 수단까지 개재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 회장이 성별로 군을 나눠 합격기준을 달리하는 채용 방식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는 등 차별 채용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수단까지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선 채용비리가 이뤄지게 된 원인이 인사부서의 오랜 ‘관행’이고 함 회장이 관여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023년 11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함 회장에 대해 "증거 관계상 지난 2016년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부정합격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입 직원의 성별 불균형 선발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청탁 채용이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로 인해 정당히 합격해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을 것”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관건은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부터 사건을 접수받고 1년여 간 법리 및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만일, 대법원이 함 회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다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임기를 채우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29조(부정한 채용 청탁의 금지) 1항에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 3자를 통해 채용절차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3항에는 “은행은 제1항을 위반하거나 기타 부정한 행위로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한 임직원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임원의 자격요건)에서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 포함)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 등에 대해 임원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함 회장이 은행장 시절 은행 인사부장에게 지인 등의 지원 내용을 전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 1심 최후 변론에서 “인사부장에게 지인 등의 지원사실을 전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해당 인사담당자가 관리한 ‘채용 추천자 리스트’에는 함 회장이 ‘잘 살펴보라’고 지시한 추전자 9명의 인적사항 및 수험번호와 함께 당시 함 행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長’이라는 글자도 기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長’ 표시를 받은 지원자 중에는 낮았던 점수가 합숙 면접에서 갑자기 상향되며 가까스로 탈락을 면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함 회장측 변호인은 “채용비리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사 담당자 A씨는 이 사건 1심 증인신문에서 “함 행장을 고려해 채용 추천자 리스트를 재검토하진 않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원자 채용에 함 회장(당시 행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함 회장측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정 지원자에 대해 ‘잘 살펴보라’는 은행장 지시를 ‘위계에 의한 청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가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행’을 이유로 법인과 대표이사의 책임을 분리한 1심 판단을 대법원이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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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금융 보험·카드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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