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려아연 SMC '주식회사' 문패 논란…판사가 먼저 물었다

2025-02-21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최종 판결, 내달 7일까지

영풍·MBK, ‘SMC 주식회사’ 인정 불가 주장…의결권 제한 위법 주장

고려아연, ‘SMC 주식회사’ 인정 주장 및 주식 취득 정당성 방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이 진행됐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고려아연의 자회사가 외국 회사인 SMC를 포함하는지 여부와 SMC의 주식 취득이 정당한지, 의결권 제한이 주총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관한 법적 해석이다. 법원이 SMC를 주식회사로 인정할 경우,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유한회사로 간주되면 영풍·MBK 측이 주총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열었다. 최종 판결은 내달 7일 전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는 채권자(MBK·영풍 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세종, 태평양, 한누리,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와 함께 홍승면 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총 24명이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 때 11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거대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채무자(고려아연) 측은 변호인단을 김앤장에서 율촌으로 교체했다. 이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출신 이재근 변호사 등 9명이 출석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2일 임시 주총 전날 기습적으로 영풍 지분 10.3%를 호주에 설립한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로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 시도는 무산됐다. 당초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우세했던 영풍·MBK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반전된 결과가 나왔다.

이에 영풍은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SMC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법적 지위 논란

이번 양측의 변론은 ▲SMC가 주식회사인지, 유한회사인지 ▲외국 자회사가 상법 369조 3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SMC의 주식 취득이 정당한가, 탈법 행위인지 ▲의결권 제한이 없었으면 임시 주총 표결 결과가 달라졌을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법원이 SMC를 주식회사로 인정하면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는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SMC가 유한회사로 간주될 경우에는 영풍·MBK 측이 가처분을 통해 주총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 대리인은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부인된 것이 법적으로 위법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변론을 펼쳤다.

우선 영풍·MBK 측은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풍·MBK 측은 “SMC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도, 유한회사도 아니고 호주 회사법상 ‘Pty Ltd’일 뿐”이라며 “따라서 우리 상법 제369조 제3항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자회사 또는 다른 회사의 발행 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풍과 MBK 측은 유한회사의 가장 큰 특징이 주식회사와 다르게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며, 주식 양도가 제한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주식회사는 주식 양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Pty Ltd(호주식 유한회사는) 주주 수가 제한되고, 주식 공개, 상장,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 우리나라 유한회사와 비슷하다고 봤다. 그래서 양도 제한이 중요한 요소인 Pty Ltd를 주식회사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외국회사에 대해서는 한국 상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상법 제342조의 3항은 손자회사를 자회사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해당 조항이 외국 회사에도 적용되는지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으며 SMC는 고려아연의 직접적인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이므로, 상법상 자회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한회사 관련 규정(342조의2)도 유한회사에 준용하지 않는다면서 모회사, 자회사는 모두 주식회사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 측의 영풍 지분 취득은 경제적 실익이 없으며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영풍·MBK 측은 “SMC의 채권자 주식 취득은 최윤범 회장, SMC 이사이자 채무자의 대표이사인 박기덕이 한 것”이라며 “SMC는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지출을 얻었음에도 이득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SMC가 호주법상 주식회사일 뿐만 아니라, 국내법상으로도 주식회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대리인은 “Pty Ltd가 당사자가 돼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한 경우 판결문에 Pty Ltd를 주식회사 또는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기재하고 있다”며 “Pty Ltd의 한국 영업소 설치 등기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영업소는 주식회사의 지점 형태로 등기가 이뤄진 경우가 더 많다”고 부연했다.

특히, Pty Ltd가 국내법상 주식회사의 특징과 비교해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Pty Ltd는)호주법상 주식회사다. Pty Ltd는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의 본질적 특징적 요소들을 다수 가지고 있고 가장 우리나라 상법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규율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주식을 발행했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배제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가 외국 회사인지 여부도 상관 없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 사건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외국 회사인 SMC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해석 문제”라며 “외국 회사에 대해 우리 상법을 적용해 법적 의무나 법률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소위 외인법의 자회사에 외국 자회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전혀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고 봤다.

그러면서 SMC의 주식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남용이라는 공격에는 회사 이익에 부합하는 독자적인 경영판단이라고 방어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의 근시안적인 시각, 그리고 성장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 SMC는 자체적인 경영 판단으로 SMC 이익을 지키기 위해 채권자 주식 10%를 시장 가격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했다”며 “채권자(영풍·MBK)는 이를 두고 SMC 이사의 대표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취득이 효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것은 SMC라는 회사 자신의 이익에 완전히 부합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를 요구하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1·2차 심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지난달 진행된 3차 가처분에서는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금지’ 요구를 인정하며 MBK·영풍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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