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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놓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비판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앞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이유가 된 쟁점 조항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과 △오히려 근로자의 업무 거부 행위를 더 폭넓게 인정하도록 내용을 강화한 것 △최근 ‘친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당의 기조와 정반대 정책이라는 점 등이다.
17일 박홍배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과 2023년 12월 각각 폐기된 법안의 핵심 골격을 그대로 가져왔다. 노동자의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에서 규정하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사업주 또는 직접 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에 한정했지만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장했다. 이에 따라 간접 고용 형태로 있는 하청 업체 근로자나 파견·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쟁의행위’의 범위도 기존에 인정되던 임금·근로시간·복지와 더불어 ‘근로 조건’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여기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가 이를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손해를 가한 경우 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넣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거나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지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정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21대 국회와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용자의 개념을 모호하게 확대했고 노조가 사법적인 해결보다 파업 등 실력 행사로 문제 해결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거부권의 이유로 제시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쟁점을 그대로 놔둔 채 ‘노조 또는 근로자의 노무 제공 거부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배상 청구의 대상이 안 된다’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사실상 폭력·불법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업무를 거부해 사측에 큰 손해를 입혀도 근로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못 박은 것이다. 실제 노무 제공 거부 사유는 기본적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는 빈번한 파업과 노사 간 법정 해석 싸움으로 귀결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원래 노무 제공 거부는 노조 의결로 하는 행위이고 손해배상 책임도 합법적 파업을 전제로 면제되는 것인데 이 같은 조항이 추가되면 개인의 단독 행위까지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언제든 (근로자가) 원할 때 업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안 제안 이유에 “손해배상 면제 책임과 청구 대상을 추가해 노동 3권 제약을 방지하고 노사 간의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노사자치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불법 파업을 방치하고 기업의 손발을 묶는 법안만 추진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특히 ‘친기업’ 이미지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틈을 타 기업 경영에 심각한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할 것처럼 하더니 민주노총이 반발하자 없던 일로 하기까지 했다”며 “그러더니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만큼은 끝없이 발의하는 이중성은 뻔뻔함의 극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도 재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당론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노조법 개정안을 강행한다고 해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이 큰 만큼 조기 대선 이후 본격 추진할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도 “현재로서는 의원들의 뜻을 모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속전속결로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바로 공포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