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대우건설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1심을 뒤집고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세무 당국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건설의 계열사들이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정 회장 아들 정원주 부회장이 지배하는 중흥토건 계열사에 전매한 뒤 증흥토건에 시공을 맡기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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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재판장 양영희)은 지난달 23일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대우건설 회장)이 42억 원가량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북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정 부회장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0년 10월 원고에 대해 한 2013년 귀속 증여세 4억 원, 2014년 귀속 증여세 23억 원, 2015년 귀속 증여세 14억 원의 각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정원주 부회장에 부과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중흥건설 계열사와 중흥토건 계열사 간 거래로 발생했다. 중흥건설 계열 시행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으로부터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를 2013년경부터 2015년까지 중흥토건 계열 시행사에 전매했다. 중흥토건 계열 시행사는 이 공공택지를 양수해 계열 시공사인 중흥토건과 공사 도급 계약을 맺고 주택 개발사업을 시행했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중흥토건은 정 회장 아들 정원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당시 중흥토건 계열사의 경우 중흥토건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세무 당국은 이런 거래를 우회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봤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법인 매출에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게서 발생한 매출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그 매출은 지배주주 지분만큼 증여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다. 특수관계법인이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특정 법인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지배주주 부를 증식하는 행위도 변칙적인 증여로 보겠다는 취지다. 북광주세무서는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2020년 10월 정 부회장에게 총 42억 원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부과했다.
실질과세 원칙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세법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해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거래를 거치는 방법을 쓰는 경우 국세기본법을 적용해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나 거래를 한 것으로 본다. 세무 당국은 정 부회장이 다단계 거래나 우회 거래를 통해 증여세 부과를 회피했다고 봤다. 이에 중흥그룹의 거래는 실질적으로 중흥건설 계열사가 중흥토건에 공사를 도급하는 것으로 재구성했다.
정원주 부회장은 중흥토건이 중흥토건 계열사와 거래하면 중흥건설 계열사와 거래하는 것보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당시 상증세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산정할 때 수혜법인과 수혜법인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법인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제외하기 때문이다. 중흥건설 계열 시행사와 중흥토건 사이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증여세 산정 기초가 되는 매출액에 포함되지만, 중흥토건 계열 시행사와 중흥토건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은 증여세 산정 매출액에서 제외돼 증여세는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측은 세무 당국이 적용한 실질과세 원칙을 문제 삼으며 2022년 7월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앞서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 거래를 통해 실제 개발사업을 시행한 주체는 공공택지를 양수한 중흥토건 계열 시행사이고, 개발사업에 따른 시행 이익과 위험도 모두 중흥토건 계열 시행사에 귀속됐다는 취지다. 정 회장 측은 이 거래에 따른 법적 형식과 경제적 실질과 일치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인데도, 세무 당국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증여세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앞선 1심에서는 정원주 부회장 측이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앞선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정 부회장에 대한 증여세 회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그 실질이 중흥건설 계열 시행사가 중흥토건에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다”며 정 부회장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실질과세 원칙 적용해 증여세 처분을 한 것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반면 2심은 세무 당국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며 정원주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는 합법적인 절세의 영역에 있는 거래로서 경제적 실질과 다른 비합리적 외관을 작출해 조세를 부당히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전매 계약과 도급계약에 이르기까지의 거래를 부인하고 양도시행사와 중흥토건 사이 하나의 도급계약으로 재구성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각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북광주세무서 측은 항소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 부회장 개인 소송 건으로 회사 차원에서 관련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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