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짧은 머리가 어색한 젊은이들에게

2024-06-30

가수 김민우의 결혼 소식이 들렸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몇개의 히트곡을 낸 인물로 가수 생활을 그만두고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뛰어난 영업실적을 올리더니 최근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가 김민우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노래 ‘입영열차 안에서’가 1990년대에 입대 장병에게 불렸기 때문이다.

현재 육군 기준 현역병은 18개월을 복무한다. 이것도 긴 시간일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33개월에서 36개월을 근무했다. 즉 3년에 이르는 시간을 군에서 보내야 했다. 이 때문에 입대 전에 여행도 가고, 파티도 하고, 고생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입대는 20대 대한민국 남자에게는 거대한 이벤트였다.

입대하는 친구를 위해 불러주던 입대송에도 역사가 있다. 1977년 가수 최백호가 ‘입영전야’를 발표하고 히트하면서 밤마다 대학가에는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라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곡은 1980년대 내내 불리다가 1990년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등장해 히트하면서 최고의 입대송 자리를 내줬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 기다리지 말라고 한 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중략) 어느 날 그대 편지를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 자겠지 /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 내 손에 꼭 쥔 그대 사진 위로”

당시에는 머리 깎고 당일 아침 훈련소에 입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외부와의 통신수단은 오로지 편지였다. 그리고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저녁에 내무반에 들어와 기진맥진한 채로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며 퇴소하는 날만을 생각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이후 1996년 가수 이장우가 발표한 ‘훈련소 가는 길’이 히트하면서 1990년대 내내 두곡이 입대 노래로 불렸다. 2000년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가수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가 삽입돼 히트했다.

군대 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바로 ‘위풍당당(威風堂堂)’이다. ‘사랑의 인사’로 유명한 작곡가 엘가의 곡이 바로 ‘위풍당당 행진곡’이기 때문이다. 이 제목은 중국·일본에서도 같다. 각 나라 군대의 위세가 당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국군 장병 덕택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일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