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위해 미군 무릎 꿇리다니”… 트럼프, 푸틴 ‘과잉 의전’ 논란 [뉴스+]

2025-08-18

“트럼프는 용감한 미국 군인들을 무릎 꿇리고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위해 레드카펫을 펼쳤습니다. 역겹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맹이 없는’ 만남을 가진 것에 더해 과도한 의전을 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항복을 종용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 요구는 커녕 ‘레드카펫’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데일리비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알래스카주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미군들이 무릎을 꿇고 레드카펫을 설치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SNS)에서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 속에선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 계단 앞에서 세 명의 미군이 바닥에 레드카펫을 고정시키고 있고, 양 옆에 선 러시아 경호원들이 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X와 레딧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공유하며 ‘러시아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푸틴을 위한 레드카펫을 깔기 위해 무릎 꿇고 있는 미군’, ‘트럼프가 우리 군인들을 무릎 꿇리고 독재자를 위한 레드카펫을 깔도록 했다’, ‘수치스럽다’ 등 꼬집었다.

‘의례 기준에서 당연한 것’, ‘레드카펫을 깔려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등 일부 옹호론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만평, AI 이미지 등으로 재생산돼 SNS 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사진을 올려 “트럼프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푸틴을 위해 용감한 미군들을 무릎 꿇렸다”면서 “역겹다”고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자신의 공식 X 계정에 ‘이오지마의 깃발’사진과 이 사진을 함께 남기기도 했다. 미 해병대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을 무너뜨린 뒤 성조기를 게양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현재의 굴욕적인 모습과 대조해 보여준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우크린폼은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맥글린 박사를 인용해 “전범을 위해 무릎 꿇고 레드카펫을 깔고 있는 미군의 모습은 미국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면서 “유럽이 가능한 빨리 (미국 의존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푸틴은 이날 성대한 대접을 받고 5시간 만에 돌아갔다. 다음날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영토를 포기하면 러시아와 평화협상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항복 요구를 유럽 정상들에 전달했다. 이에 서구 외신들은 트럼프가 당초 예고했던 휴전 제안은 커녕 푸틴의 손을 잡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젤렌스키와 함께 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참석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대거 워싱턴으로 향하는 이유는 15일 미·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 편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안보 보장, 영토 문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러 제재 압력을 유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