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첩첩산중'…'관세' 넘으니 이번엔 '보조금 재협상'

2025-04-04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반도체가 빠지면서 반도체 업계가 한숨을 돌렸지만 이들의 경영 시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상호 관세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시사한 데다 천문학적인 반도체 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압박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품목에 반도체를 제외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향후 관세 정책 방향과 잠재적 영향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반도체(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반도체 등 품목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가 당장 부과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거둘 실익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번에 빠진 품목을 보면 전부 미국이 자급하기 어려운 것들이다”며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조차 해외 생산 비중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의 피해는 미국 수요 기업들이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영향으로부터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압박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바이든 정부에서 지급 규모가 정해졌던 반도체 보조금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함께 재협상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2곳 등을 지으면서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000660)는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 등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 대가로 삼성전자는 47억 5000만 달러, SK하이닉스는 4억 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과 함께 보조금 재협상을 앞세우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올해 2월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가 나오며 우려됐던 보조금 재협상 국면이 현실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 액설러레이터'를 신설하고 보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에 두도록 하면서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해 흥정에 따른 이득을 납세자에 가져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반도체 보조금 축소는 곧 수익성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 생산은 현지 인력들의 높은 임금으로 인해 중국, 한국 등에 비해 현지 생산 비용이 높은데 이를 보조금으로 상쇄하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건비는 물론 건축 자재비 등 원자재 비용도 대폭 상승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는 생산 시설로 생산 비용의 최소화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D램 등 메모리보다 첨단 파운드리 시설을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또한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받아야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테일러시에 짓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돌릴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보조금 혜택까지 줄어들면 현지 생산의 이점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등 첨단 공정 등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지며 지난해 4분기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수익성 저하를 내세워 무작정 투자 결정을 물리기도 쉽지 않다. 부과 여지를 열어둔 관세 정책 등 다양한 압박 카드가 남아 있는 것은 물론 경쟁사인 TSMC가 미국 현지 투자 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경쟁을 도모하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늦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최근 미국 현지에 1000억 달러(약 146조 3700억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첨단 공정에서 TSMC와 각을 세우는 삼성전자가 당장 고객이 없다고 해서 투자를 돌이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과 달리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트럼프기 때문에 투자 축소가 가져올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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