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전략을 바꾸자 부품 공장이 ‘올스톱’ 하는 등 혼란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글로벌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 부품 업체부터 피해를 볼 거란 우려가 나온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3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가 부과된 지 7시간 만에 미국 내 5개 부품 공장에서 9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한다고 밝혔다. 관세 영향으로 멕시코·캐나다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면서, 변속기 등을 생산하는 미국 부품 공장의 가동도 중단했다. 다음 달 3일 예고된 자동차 부품 관세가 시행되면 공급망 혼란과 생산 차질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계획을 수정하고 공급망을 다시 꾸리고 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3일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QX50’과 ‘QX55’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두 모델은 지난해 인피니티 미국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인피니티 북미 법인은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찾기 위해 생산과 공급망 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호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도 블룸버그에 “미국 현지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더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북미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관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3일 “우리가 가진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멕시코 공장 생산 계획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준중형 세단 ‘K4’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을 줄이기 위해 완성차 기업 간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하고 공급망 협력 추진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품 공동 구매 등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타이어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타이어 3사의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30%에 이른다. 미국에 생산 공장을 갖춘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현지 생산을 늘려 대응한단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해 현재 550만개 수준인 연간 생산량을 내년 1분기까지 120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지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 관세 충격에 대비해 4개의 미국 현지 물류창고(RDC)에 재고를 비축하면서, 운영 효율화로 비용을 줄인단 계획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 부품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HS코드 8708) 수출액 188억900만 달러(약 27조3000억원) 가운데 70억7200만 달러(37.6%)가 미국 수출분이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25% 관세가 붙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1차 협력사(1376개)는 해외 동반 진출을 검토할 수 있지만, 1만4911개(2023년 기준)에 달하는 2·3차 협력사는 관세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의 68%는 종사자 수가 9인 이하의 소규모 업체였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자동차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중소 부품사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