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물질문화 관련 학술지인 《생활문물연구》 제38호를 펴냈다. 《생활문물연구》는 물질문화와 관련된 연구논문, 조사 보고, 자료소개, 서평 등을 소개하는 학술지로서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의 연구 역량을 보여준다. 보존과학 관련 1편, 서지학 관련 1편, 자료소개 3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중요 소장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하고 있다.
□ 박물관 소장 유물의 원본성 탐구
《앙엽기(盎葉記)》는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저작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지식을 엮어 낸 정보서다. 언어, 풍속, 문물, 역사 등 당대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단순히 떠도는 이야기를 적어둔 것이 아니라 논증 과정을 거친 지식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앙엽기》는 8권 4책의 필사본으로 저자의 호 ‘청장관(靑莊館)’이 새겨진 원고지와 ‘이덕무인(李德懋印)’ 인장이 함께 찍혀 이덕무의 친필 원고일 가능성이 높다. 이 논문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앙엽기》의 원본성을 검토하여 이덕무 연구 및 조선 후기 사회연구에 1차 사료로서 그 값어치를 더하고 있다.
□ 책을 오래 보존하고 싶은 선조들의 지혜, ‘밀랍(蜜蠟)’
예로부터 종이는 습기나 충해 같은 물리적인 손상과 산화와 같은 화학적 손상에 취약하여 보존, 전승되어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에는 밀랍을 활용하여 숙지(熟紙)를 제작하였는데, 밀랍은 일반적으로 꿀벌과 곤충 중화밀봉(中華蜜蜂) 등의 일벌이 분비하는 물질이다. 이 연구는 종이에 사용되는 밀랍에 대해 문헌을 통해 분류하고 사용 사례를 정리하여, 밀랍이 기름과 유사하게 종이에 코팅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한다.
□ 기복(祈福)과 행운(幸運)을 가져다주는 길상, 삼성도(三星圖)
신선도(神仙圖)는 도교의 도상(圖像)으로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의미를 담아 조선 말기까지 지속해서 제작되었다. 이 가운데 삼성(三星)은 수성(壽星)과 복성(福星), 녹성(祿星)의 세 신선을 말한다. 삼성도는 장수(長壽)를 기원하고 인간의 행복과 삶, 물질적인 풍요도 함께 기원하려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삼성도는 정재(淨齋) 홍장중(洪章仲, 생몰년 미상)의 작품으로 장식용이나 선물용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동안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삼성도 말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으나, 홍장중의 작품으로 이 시기에 다수의 삼성도가 제작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삼성도는 홍장중이 남긴 작품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대폭의 인물화로, 이를 통해 홍장중이라는 인물을 조사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생활문물연구》는 2000년 1호 펴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8호를 펴냈다. 모든 논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 원문검색>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