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쟁력 좀먹는 낙하산 인사

2024-10-13

정치권이 ‘낙하산 인사’ 문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 되는 이유는 임명 과정이 불투명하고, 전문성은 없는데 하는 일에 비해 보수 수준은 높고, 성과에 대한 사후 평가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과연 그 조직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기관으로 운영되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추가된다.

‘만고땡’ 자리 숨어든 정치적 임명

일은 안 하면서 보수 수준은 높아

투명한 임명 및 사후 평가가 필요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절차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임명을 불법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대부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임명되므로 형식적 적법성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지점은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보수와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또 책임성과 도덕성이 높게 요구되는 공적 자리인데도 최근 문제가 된 인사의 말대로 표현도 민망한 ‘만고땡’인 자리로 숨어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무성과와 보수 수준을 기준으로 나누면 업무성과가 높고 보수도 높은 유형, 업무성과는 낮음에도 보수가 높은 유형, 업무성과가 높음에도 보수가 낮은 유형, 업무성과도 보수도 낮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로 지적받는 기관들은 주로 금융 관련 규제와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 공공서비스(전력·공항·수자원 등) 제공 공기업, 방송·미디어 관련 기관, 연기금 관리 공단 등으로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서는 물론 시장에 비해서도 보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곳들이다. 문제가 되는 유형은 업무성과가 낮음에도 보수가 월등히 높은 유형이라 하겠다. 하는 일도 많고 책임성 수준도 높아 보수를 많이 받는다면야 나무랄 일이 아닐 것이고, 하는 일에 비해 보수 수준이 턱없이 낮다면 ‘낙하산’으로 내려갈 사람들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관 자체의 기능과 존속 여부에 대한 비판이다.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시장에 맡길 경우 시장 실패가 예상되므로 공공부문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국민 편익 측면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민간과 시장의 기능이 확대되고 민간이 경쟁 우위에 있음에도 여전히 공공기관(공기업)이 비대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낙하산이나 사후 보상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 관리와 개혁이 가능한 조건으로 수용성(Acceptance)·역량(Ability)·권위(Authority)가 거론된다. 낙하산 인사가 비판받는 이유는 해당 조직 내외의 수용성이 낮고, 전문성이 없어 담당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며, 정치적 보은으로 임명되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어 권위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임명’은 국정 기조를 깊게 인식하고 정책 집행의 선두가 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 현행 승자독식 정치구조에서 낙하산 인사 철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입은 공정하게 관리하고, 업무 수행과 평가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공공기관, 전문가 집단, 시민사회·언론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공공기관 임원 운영에 관한 문제점과 대안을 토론하고,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결정하는 임명 절차를 국회 등 국가기관으로 확대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전환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가 통제와 효율적 관료주의로 기능했던 발전국가가 아니다.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ICT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차지하는 등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문화예술에서도 소프트파워 강국임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국가 위상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지체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 문제가 있다. 이는 인사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의 대내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임명 주체와 방식 개선, 선정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무엇보다 업무 수행 관련 정보와 사후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입구-과정-출구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창용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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