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연구원 “대통령, 국회 존중해 거부권 신중하게 행사해야”

2024-10-13

대통령이 헌법상 권리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때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산하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지난달 12일 발간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헌법재판에 관한 중·장기 연구와 교육 등을 수행하는 헌재 산하 기관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행정부로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공포를 거부하고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재의 요구된 법률안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헌법 53조에 이 내용이 규정돼 있다.

장 책임연구관은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유형을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경우’와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로 분류했다.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는 ‘재정상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와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로 다시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한 후 지난 8월 7일까지 행사한 거부권 15차례를 이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헌법 위배’ 사유가 8차례, ‘정책적 부당’ 사유가 7차례였다. 헌법 위배를 이유로 거부된 법안에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포함됐다.

장 책임연구관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논의로 ‘제한적 해석론’이 있다고 소개했다. 제한적 해석론은 대통령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면 국회는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는 법안만 통과시킬 수 있게 돼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한적 해석론은 “대통령은 법률안을 거부할 땐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해야 하고, 정당한 근거가 없다면 거부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헌법적인 사유가 아닌 정책적인 사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다만 헌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 아무런 요건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고 장 책임연구관은 짚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으로는 헌법 개정·법률 제정 등이 언급되지만, 장 책임연구관은 “제도적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미 여러 번 좌절됐고,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면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책임연구관은 “결국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가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파적으로 또는 무분별하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협치를 통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법률안을 헌법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책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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