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쌀 15만t 지원…비타민·미네랄 넣어 만족도 98%"

2025-10-21

“한국이 한 세대(30년) 만에 수원국(원조 받는 나라)에서 공여국(원조 하는 나라)으로 성장한 것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거대한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는 물론 여러 국제기구에도 큰 영감을 준다.”

지난 1일 전북 군산항에서 열린 ‘2025년 식량원조 15만t 출항 및 영양강화립 첫 수출 기념식’에 참석한 아니타 허쉬 WFP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본부장이 서울에서 기자와 만나 들려준 소감이다. 그는 한국이 15만t의 쌀을 식량위기국에 원조하는 걸 기념하는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84년까지 20년간 유엔으로부터 식량을 원조받았다. 2018년부터 WFP에 원조를 시작한 이후엔 지난해 WFP의 5대 정부 공여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WFP가 조달한 쌀 30만t 중 3분의 1(10만t)이 한국쌀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만t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을 넣어 가공한 영양강화쌀(FRK) 201t도 처음으로 함께 공급한다. 국내 기업이 연간 27억 5000만 달러(약 3조 9000억원) 규모의 유엔 식품조달시장에서 진출해 처음으로 입찰을 따낸 결과다. 허쉬 부본부장은 한국이 WFP에서 “빛나는 사례(shining example)”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식량 위기에 직면한 전세계 인구가 3억 명이 넘는다.

“식량 위기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와 더불어 폭염, 홍수, 가뭄 등 기후 위기 그리고 분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도움과 공여가 절실하다.”

-아시아 지역에 원조하는 쌀의 80%를 영양강화쌀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즉각적인 식량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언제나 최우선 과제다. 동시에 영양강화쌀은 수혜자들의 영양 문제, 특히 미량의 영양소 결핍 문제를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 유엔 식품조달시장에 한국 기업이 더 진출하려면.

“한국 정부가 국내기업과 협업을 통해 영양강화쌀을 수출하게 된 것처럼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유엔 조달시장은 품질, 가격 그리고 당시 위기 상황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한국은 품질 분야에선 전문성이 매우 높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조달시장 진출을 확대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본다.”

-한국쌀에 대한 만족도는

“사실 해외에는 장립종 쌀에 익숙한 수혜자들이 많기 때문에 단립종인 한국쌀 지원을 시작할 때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품질, 포장, 도정 상태, 맛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한국쌀은 95~98퍼센트 정도의 만족도를 기록했다. 한국쌀은 항상 수요가 높다. 일정한 시기에 공급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15만t이 조달되는데 보통 30개국 이상에서 30만t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나온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허쉬는 대학에서 정치학·법학·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민간 부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컨설팅 회사 근무 시절, 유엔 외부감사국으로 지정된 프랑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감사 업무에 참여한 게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이후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개발계획(UNDP) 등을 거쳐 2014년부터 WFP에 몸담고 있다. 한국은 첫 방문이지만 미국 뉴욕의 유엔사무소 근무 때 아들 권유로 함께 태권도를 배워 한국말로 숫자를 세는 데 능숙하다.

허쉬는 “유엔 각 기관이 지닌 전문성은 실제로 취약한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여전히 유엔이 국제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까지 제가 유엔에서 근무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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