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케첩 명가’ 크래프트 하인즈 분사와 설탕세

2025-09-05

‘토마토케첩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국의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하인즈가 이달 2일(현지 시간) 두 개의 상장법인으로 분사한다고 밝혔다. 성장세가 더딘 북미 식료품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게 골자다. 또 다른 법인은 하인즈 케첩,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 주요 브랜드들의 ‘맛의 격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번 분사가 집중적이고 단순한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분사 이후 냉동식품 부문을 매각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5년 식품 업체 크래프트와 1869년 설립된 하인즈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당시 합병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주도했다. 하지만 회사는 합병 직후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이 크래프트하인즈의 고염·고지방 가공식품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150년이 넘는 전통도, 제아무리 투자의 귀재가 주도한 합병이었어도 변화하는 미래까지 내다보고 대응하지는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헬시 플레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당 음료에 아예 ‘설탕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소아·청소년 3명 중 1명이 비만군으로 분류될 정도로 비만율이 심각해져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부터 회원국에 설탕세 도입을 권고해왔고 영국과 프랑스 등 110여 개 국가에서 설탕세를 시행 중이다. 일찍이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은 과세 대상 음료 카테고리에서 총 설탕 함유량이 46% 감소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물론 설탕세 도입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다. 최근엔 대체 감미료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저당’ 트렌드가 거부할 수 없는 주류로 올라선 것만큼은 확실하다. 식품 기업들에 저당 제품은 단순히 구색 갖추기용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이자 회사의 매출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위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156년 역사를 지닌 크래프트하인즈의 분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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