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진화의 핵심, ‘목’에 힘 좀 줘도 되는 이유

2025-11-06

머리와 몸을 잇는 짧은 통로, 목은 우리 몸에서 1%도 차지하지 않는 작은 부위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번 근육을 수축해 온갖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이고, 산소 공급과 감각 전달의 통로로 생명을 유지한다. 성대를 울려 발성을 담당하며 인간을 소통하는 존재로 진화하게 한 핵심 기관이기도 하다.

인간의 목은 동물들의 그것과 다른 형태로 발달했다. 기린이나 말, 거위와 같은 동물들에 비해 인간의 목이 짧고 가는 이유는 손재주를 가진 덕이다. 땅바닥이나 나무 열매에 목을 뻗어 음식을 먹는 동물들과 달리 손으로 물체를 집어 올리는 인간에겐 긴 목이 필요 없었다.

<목 이야기>는 오로지 목을 통해 인간을 탐구한 책이다.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해부학과 고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예술사를 넘나들며 목이 인류의 진화와 생존, 관계와 감정 표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헤친다.

진화라는 과학적 개념이 등장하기 전, 목은 일찌감치 인간다움과 권력,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대 그리스 시절 플라톤은 숭고한 정신적 행위가 세속적인 신체의 움직임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었으며 몸과 머리를 분리하는 목을 도덕적 오염이 머리로 퍼져 올라오게 하는 것을 제한하는 ‘경계’로 봤다. 목은 신체에서 가장 취약한 동시에 생명이 응축된 기관이라 오랜 기간 폭력과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권력자가 족쇄나 올가미, 단두대 같은 장치를 이용해 힘없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처형한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역사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전례 없는 목뼈 위협과 마주하고 있다고도 경고한다. 척추외과의 케네스 한스라지의 논문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목이 받는 하중은 18~27㎏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호모 디지털리스’의 목이 훗날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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