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의혹 보도에 해외 지도자 영상 무분별 사용 논란

2025-06-18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건진법사 전성배(65)씨를 둘러싼 청탁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 과정에서 국빈급 해외 인사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비리 의혹에 해외 지도자들이 연루된 것처럼 비쳐칠 수 있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언론계에 따르면 일부 방송 등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모(48)씨가 건진법사 전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선물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외국 지도자들이 국내에서 이뤄진 콘퍼런스 행사 등에 참석한 화면을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가정연합은 한반도 평화와 신통일한국, 세계평화 등을 위해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다양한 국제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관련 영상이 비리 의혹 보도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방송사는 윤씨가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 측에 청탁했다는 5가지 사안 중 하나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거론하면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 사진과 동영상을 방송에 삽입해 보도했다. 윤석열정부에서 ODA 일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민간협력 전대차관 규모가 648억5000만원 편성된 것을 두고 제기된 의혹이다. EDCF는 유상원조와 달리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기후변화, 양성평등, 보건 등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특정인이 특정 사업을 지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정연합이 세계평화 증진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초청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 등의 동영상도 무분별하게 자료화면으로 쓰이고 있다. 이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주관해온 천주평화연합(UPF)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세계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외국 지도자에 대한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인사들에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연합은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이 윤씨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탈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에 가정연합은 윤씨를 대상으로 20일 서울 용산구 가정연합 회의실에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최근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가정연합은 윤씨가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거나 서면진술 등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징계위 결정 사항에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