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극단적 선택 그 후... BMW 책임론 불거져
BMW "딜러사 내부 문제... 정황 알지 못해"
BMW-바바리안, 합작법인 설립... 공동사업 진행
인천 송도에 대규모 전시장 오픈... 함께 500억 투자
BMW, 합작법인 우선주 100% 취득... 50억 대여도
의결권과 상환우선권 부여된 우선주... 경영 관여 의심
국내 공식 딜러사 7곳 중 투자 사례, 바바리안이 유일
경실련 "경영 개입 의도... 공동체이자 공생관계"

지난달 국내 수입차 1위 브랜드 BMW 공식 딜러사 바바리안모터스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영업 압박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BMW 측이 위 딜러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수십억원의 자금을 빌려주는 등 공동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바바리안모터스와 공동사업을 벌인 주체는 BMW의 글로벌 본사인 BMW HOLDING B,.V.(이하 BMW홀딩스)이다.
BMW홀딩스가 합작 설립한 기업은 바바리안앤코로 주 영위 업종은 부동산 임대이다. 설립시기는 2013년 3월. 바바리안모터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BMW홀딩스는 계열사 바바리안앤코의 특수관계자이다. 보고서는 BMW홀딩스를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기재했다.
BMW홀딩스는 바바리안엔코가 발행한 우선주 10억500여만원 상당을 취득했다. 우선주 보유 지분율은 100%이다. 이 우선주에는 몇 가지 우대조건이 붙어 있다. ▲보통주와 동일한 의결권 ▲잔여재산 분배 우선권 ▲우선주 발행 5년 경과시점부터 행사할 수 있는 상환우선권 등이다.
일반적으로 우선권은 보통주에 비해 배당을 먼저 받는 대신 의결권이 없다. 다만 정관으로 그 예외를 정할 수 있다. 설립 초기 스타트업에 기관이 투자를 할 때, 상환청구권과 의결권을 모두 보유한 우선주를 취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환 우선주'는 이자율과 만기를 정해놓는다. 채권이나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원금과 함께 약정 이자율 상당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피투자자는 자금을 보다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바바리안은 BMW코리아 계열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로부터 서울 강서구 공항동, 경기 일산 동구 식사동, 인천 연수구 송도동 건물과 토지 등을 담보로 한화 25억원과 미화 2000만 달러를 빌리기도 했다. BMW의 바바리안모터스에 대한 총 대출금은 한화 약 50억원 상당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아닌 BMW 그룹에서 출자했다"며 "바바리안앤코는 인천 송도 콤플렉스만을 위해 설립된 회사이며, 바바리안모터스의 경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바리안모터스 외에 다른 딜러사인 동성모터스에도 담보대출을 해 줬다"며 "일반적으로 공식 딜러사는 영업용 차량 및 부품의 매입, 운전자금대출 또는 극히 제한적으로 부동산 매입에 있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회사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BMW코리아 딜러사는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바바리안모터스, 내쇼날모터스, 도이치모터스, 삼천리모터스, 동성모터스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바바리안을 특정해 송도 콤플렉스 사업을 공동 추진한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두 기업이 투자기업과 피투자기업 관계에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BMW코리아 측은, 바바리안모터스외에 다른 딜러사에 투자를 한 사례가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특수관계자라는 것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로, 임원 임명권 등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깊은 관계"라고 해석했다.



인천 송도 콤플렉스 사업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BMW와 바바리안모터스는 단순한 수입차와 딜러사 사이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2018년 5월 BMW·MINI 신차 전시장, 인증 중고차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을 통합한 '바바리안 송도 콤플렉스'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개장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BMW, MINI 복합 문화 단지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일대 1만3223㎡(4000평)의 대지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조성됐다.
2014년 2월 BMW코리아와 인천시, 바바리안앤코는 송도 콤플렉스 건립을 위해 3자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사업에 BMW그룹과 바바리안모터스는 5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출자금액 중 20%는 BMW, 80%는 바바리안모터스가 분담했다. BMW그룹이 아시아 지역 서비스센터에 직접 투자를 진행한 사례는 인천 송도 콤플렉스가 처음이다.
송도 콤플렉스 오픈 당시 BMW코리아를 맡고 있던 김효준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그룹 본사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의 연장"이라고 강조하며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서 BMW와 MINI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거점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1995년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듬해인 1996년 3월 7일 인천에 첫 BMW 전시장을 열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현재까지 BMW를 대표하는 1세대 딜러사로 BMW와 MINI만 취급하고 있다. BMW의 다른 딜러사들이 BMW 외에 여러 수입차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BMW 딜러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코오롱모터스)은 BMW와 MINI 외에 롤스로이스, 아우디, 볼보, 지프, 폴스타, 로터스 등의 수입차도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BMW 딜러가 아니지만 과거 BMW를 취급했던 KCC오토그룹도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혼다, 재규어랜드로버, 포르쉐, 닛산, 인피니티, 푸조, 지프, 포르쉐(인증중고차) 등 여러 수입차와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바바리안모터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03년 각각 420억원과 5억원, 2006년 394억원과 1억원, 2009년 802억원과 20억원, 2012년 2505억원과 49억원, 2015년 3673억원과 120억원, 2018년 5247억원과 95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매출액 1조1247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23년에도 매출 1조1509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올렸다.
BMW와 바바리안모터스와의 관계에 대해 법조계와 금융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통상적이지 않은 것은 맞다"며 "수입차 본사와 딜러사라는 특수성을 따져볼 때 관계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의결권을 가진 우선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단순 투자를 넘어 당해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 관계자 A는 "BMW는 바바리안모터스에 투자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써왔다. 투자금이 커 손을 떼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BMW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곳에 차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그 차가 많이 팔리면 BMW는 일거양득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B는 "우선주는 원래 의결권 없이 배당을 높여주는 제도인데, BMW가 보유한 '의결권 있는 우선주'는 지분 나눠먹기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이어 "투자는 상호 합의로 이뤄지므로, 해당 투자 역시 조건을 걸기 나름인 것은 맞다"면서도 "지분이 20%라는 점을 들어, 완전히 경영에 개입하기보다는 파트너로서 전략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명하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우선주는 배당이 우선인데 굳이 의결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일단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분이 4:1이든 몇이든 결국 BMW가 2대 주주가 되는 것으로, 이익도 챙기고 경영권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권오인 국장은 "BMW가 바바리안모터스에 차량을 판매해 이득을 남기고, 투자에 따른 배당을 추가로 받으려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아직 배당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BMW는 바바리안모터스와의 사이를 공생관계로, 바바리안모터스를 한국의 전초기지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