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AI 시대, 문제 해결력이 사라지고 있다

2025-06-25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인공지능(AI) 시대의 막이 올랐다. 수많은 똑똑한 이들이 AI에 관심을 가지며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열렸다. 2022년 말, 오픈AI가 출시한 챗GPT는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며, 챗GPT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교육과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막히는 부분을 챗GPT에 질문하고 대화로 궁금증을 해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고민보다 일단 물어보는 습관이 들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다. AI가 학습의 질을 높일 수는 있지만, 고민 없이 정답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깊이 있는 사고력 형성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마치 해설지를 항상 옆에 두고 공부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AI 기술은 AI 에이전트 도움으로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주도하거나 '바이브 코딩'처럼 아이디어만 제시해도 복잡한 결과물을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문제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고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고민의 시간'은 더욱 극단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학습을 이어가면 지식의 토대를 탄탄하게 쌓을 수 없다. 부작용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파이썬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논리적으로 더 복잡한 코드를 작성한 경험이 있지만, 스스로 코드를 작성한 경험이 부족해 문제를 변형하면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어디까지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경계가 불명확하다. 막히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조차 판단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교육, 즉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이다. 단순히 정답을 찾는 연습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화하고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컴퓨팅 사고를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Problem Solving)'로 불리는 이 능력은 개발자 채용 시 코딩 테스트로 평가된다.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도 핵심 평가 기준이다.

컴퓨팅 사고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컴퓨터가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2014년부터 찾아온 AI의 등장은 불안이나 걱정보다는 강력한 도구가 생겼다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세상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컴퓨팅 사고 기반 문제 해결 능력도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기가 됐다. 어떤 문제든 구조를 파악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챗GPT는 아는 만큼 잘 쓸 수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설명하고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서 깊은 고민 없이 얻은 지식은 쉽게 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식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교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챗GPT를 포함한 많은 AI를 활용한 도구들이 긍정적인 발전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HI(Human Intelligence)라는 신조어가 다음 트렌드로 등장해 오직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이승용 코드트리 대표 wdyd2004@codetre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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