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행정부, 中-北 따로 접근한 '바이든의 실패' 교훈 삼아야”[2024 중앙포럼]

2024-10-23

“중국 문제와 북한 문제를 따로 떼어내 보겠다는 전략으로는 미국의 차기 정부도 북한 문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미 차기 행정부에 따른 한국의 외교안보 시나리오’라는 주제로 열린 ‘2024 중앙포럼’ 1세션에서 “앞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결합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중국 문제에 집중한 바이든 정부의 전략을 ‘실패’로 평가하면서다.

김 교수의 문제의식은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지정학적 맥락에서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 맞물렸다는 데서 비롯한다. 그는 “한반도에서 확장억제를 추구하면서 중국 문제는 따로 풀어간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구상이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밀착 등 다른 문제들이 나타나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는 물론 중국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전방위적인 위기 관리에 애를 먹는 현 상황을 실패로 본 것이다. 이런 복합적 문제 상황이 북한과 무관치 않은 만큼 “차기 미 정부에게 통합적·지정학적 전략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전체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미래는 중국의 선택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만약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이라면 중국에 운신의 폭을 주고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방안을 미국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각각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함정이란 “1기 때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추억을 되새기며 자칫 핵군축 또는 핵동결로 나아갈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결과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 여론이 커져 한국이 핵무장을 밀어붙이게 되면 역내 핵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해리스의 함정이란 현상유지 성향을 뜻한다. 해리스가 북한 문제를 미뤄놓는 ‘바이든 2.0’ 정책을 택한다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리적인 판(plates) 개념으로 ‘북한판’, ‘러시아판’, ‘중국판’을 상정해보자”며 “가장 유동적인 북한판이 먼저 움직여 중국판과 러시아판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도 미국과 함께 대북 전략에서 ‘빅 스텝(big step)’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핵 고도화를 통한 ‘빅 점프’를 추구하는 만큼 이보다 더 앞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김정은으로선 이 같은 빅 점프로 핵담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에선 북한의 빅 점프를 뒤따르는 입장이 됐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자체 핵무장을 한국의 빅 스텝으로 삼는 데 비판적이었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 문제를 미·중 간 갈등의 영역에서 협력의 영역으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핵무장론은 오히려 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미국 내 한국용 핵무기 지정’ 방안을 추진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 양국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구형의 미 전술핵무기 100기를 현대화해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고, 핵잠수함도 지정 배치하자는 게 골자다. 김 교수는 “한국 땅에 핵무기가 없으니 핵무장이라고 볼 수 없지만, 양국 정상 간 합의로 쓸 수 있어 사실상 핵무장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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