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美 패권 쇠퇴는 이미 흐름...동맹에 대한 고민 지금 시작해야"[2024 중앙포럼]

"미국 패권의 쇠퇴는 이미 시작된 큰 흐름이다. 패권적인 기존 동맹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미 차기 행정부에 따른 한국의 외교·안보 시나리오'를 주제로 열린 2024 중앙포럼 1세션에서 미국의 대외 기조 변화에 대한 한국 등 동맹국의 불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면서 더는 혼자서 '지구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는 미국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원장은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한국은 국제정치에서 얘기하는 동맹의 이중 불안(dual anxiety)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패권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상황에서 방기(abandonment)는 어쩔 수 없는 트렌드"라며 "한·미 동맹의 경우 결속도 높고 포괄적인 동맹을 내걸고 있는데, 미국 패권의 쇠퇴 속에서도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한국은 상당한 연루(entrapment)의 부담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이익에 직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 핵심에는 중국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영원한 동맹은 없기 때문에 단순히 동맹을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쇠퇴라는 국제질서의 흐름에 맞게 동맹의 성격 변화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미·일 협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손 원장은 "미국의 국익을 거드는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일에 가해지는 압력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한·미·일 체제는 상당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며 "기존에 미국이 주도했다면 지금부터는 한·일이 주체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한·일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손 원장의 입장이다. "안보나 경제 같은 실질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이 한·일 관계라는 수레의 한 바퀴라면 다른 한 바퀴인 역사 문제, 상호 인식 개선, 정체성 조화·수렴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지는 균형적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손 원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격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래 성장 중심부인 아세안과 인도를 포괄하는 인·태지역에 대한 전략적 비중을 높여 외교적 지평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과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일본·호주 등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외교정책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손 원장은 "하나로 뭉쳐 대응해도 어려운데 국론이 분열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외교 정책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합치를 통해 초당적 외교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