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친필 어필, 600년 수난과 탈취 사건의 진실을 밝히다

조선 시대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남긴 유일한 친필 어필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다룬 책이 세상에 나왔다.
왕실문화 전문작가 이상주 씨가 집필한 ‘세종대왕 어필 탈취사건과 600년 수난사(다음생각·2만 원)’는 한 점의 서첩이 겪어온 역사적 굴곡과 그 속에 담긴 권력, 문화, 그리고 신뢰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가 11년 동안 추적한 이 책의 중심에는 ‘어사희우정효령대군방문(御賜喜雨亭孝寧大君房文)’이 있다. 1425년, 기우제를 올린 뒤 단비가 내리자 세종은 형 효령대군의 정자를 ‘희우정(喜雨亭)’이라 이름 붙이고, 그 감흥을 담아 528자 분량의 글을 직접 써 선물했다. 이 소중한 기록은 후손들을 통해 전승되었으나, 세도 정치와 권력 다툼 속에서 탈취와 분쟁을 반복하며 긴 세월 동안 시련을 겪었다.
19세기에는 서첩을 둘러싼 다툼이 극에 달해, 효령대군의 후손 이진호가 궁궐 앞에서 무려 4개월간 시위를 벌이며 반환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책은 당시 관청 문서와 탄원서, 통문 등 다양한 사료를 근거로 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또한 2017년 한국고미술협회가 해당 서첩을 세종대왕의 친필로 공식 감정했음에도 국가적 차원의 진위 검증과 문화재 지정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짚으며, 우리 사회의 문화재 관리 체계가 안고 있는 허점을 지적한다.
이상주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협업과 현장 취재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그는 “세종의 어필은 한 점뿐이지만, 그 기록이 전하는 600년의 수난은 조선 왕실과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어 이 작가는 “나라의 문화유산을 관장하는 국가유산청은 이 서첩의 세종대왕 친필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세종이 직접 쓴 어필이라는 인정도, 아니라는 불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문화재에 자부심을 갖는 많은 국민의 바람처럼 국가유산청에서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적 의미와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준다. 학문적 가치를 넘어 문화유산 보호에 뜻을 둔 독자들에게도 의미 깊은 기록으로 평가된다.
이 작가는 본관 전주, 호는 여천으로, 신문기자 출신의 역사 저술가다. 조선 왕실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온 그는 문헌과 구전, 현장 취재를 아우르는 연구로 주목받아 왔다. 중앙일간지에서 20여 년간 언론 활동을 한 뒤, 서울시립대와 서울시민대 등에서 조선왕실사와 역사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며 학문적 저변을 넓혔다. 2021년에는 다시 언론계로 돌아와 세종대왕신문을 창간·발행하고 있다. 세종 왕자 밀성군파종회 학술이사, 백강 이경여 문중 문화이사로 활동하며, 종묘와 사직, 환구, 왕릉 제향의 전수자로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전례위원과 문화위원을 역임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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