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만 여겼는데 폐암이라니요.”
갑작스럽게 폐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실제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처음에는 기침, 피로, 가벼운 호흡 곤란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감기나 기관지염과 증상이 유사하다보니 가벼운 호흡기 질환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다.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심코 지나쳤다가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 발견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폐암은 국내 전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매년 2만 명 이상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매년 증가 추세다. 폐암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면 생존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문제는 폐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폐암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증상은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가래에 피가 섞이는 혈담,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쉰 목소리(성대 마비), 만성 피로,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등이다. 특히 기침은 종양이 기도나 폐 주변 조직을 자극하거나 기관지를 침범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 증상으로, 폐암 환자의 75% 이상에서 초기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칫 감기나 만성 기관지염처럼 보일 수 있다. 만약 흡연 경력이 있거나 50세 이상의 고위험군이라면 반복되는 증상을 절대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폐암은 조기에 진단할수록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1기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약 73%에 달하지만 3기 이상에서는 30%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앞서 언급한 증상이 발현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증상이 없는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을 이용한 폐암 검진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단순 흉부 엑스레이로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 적고 몇 분 내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기 병변을 발견하는 데 효율적이다. 특히 만 54세 이상이면서 30갑년(하루 1갑씩 30년, 또는 2갑씩 15년 등) 이상 흡연력이 있고, 현재 흡연 중이거나 15년 이내에 금연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비흡연자 폐암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흡연력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수술에 앞서 ‘폐를 잘라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불안해 하는 환자들이 많다. 현재 폐암 수술은 대부분 작은 구멍을 내서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하는 방법으로 시행한다. 내시경 장비로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최근에는 3차원(3D) 화면과 고정밀 기구를 통해 복잡한 부위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로봇수술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고령 환자나 폐기능이 낮은 고위험 환자가 수술을 받는 사례도 늘었다. 검진을 통해 병변의 크기가 작은 상태에서 조기에 발견하면 5개의 폐엽 중 하나를 절제하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폐엽의 일부만 제거하는 구역절제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폐의 절제를 최소화할 수 있어 폐기능 보존 및 수술 후 회복에도 유리하다. 수술 후에는 폐렴, 무기폐, 지속적인 공기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호흡기계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수술 직후부터 적극적인 심호흡 운동과 재활에 힘써야 한다. 수술 후 5년까지는 CT 등 주기적인 영상검사를 통해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2년 안에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추적관찰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폐암은 더 이상 절망의 병이 아니라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조기에 발견된 폐암은 최소 절제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물론 몸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정기적인 검진과 병원 진료를 통해 적시에 폐암을 발견하는 것이 필수다. 요즘처럼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한 환경에서 폐암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가족력 등 유전적 위험요인이 있다면 더욱 방심해선 안된다. 뚜렷한 원인 없이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흉통, 쉰 목소리,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