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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을 되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9일 현재 메리츠금융 주식 1295만 279주(6.79%)를 갖고 있다. 이는 2023년 9월 25일 기준 보유 지분인 7.14%(1487만 3942주)보다 0.3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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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또 메리츠금융 투자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단순 투자’로 조정했다. 단순 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이다. 일반 투자 역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사 선임 반대와 배당금 확대 제안 등 단순 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편다. 메리츠금융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장이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금융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가 고공 비행을 해온 만큼 국민연금이 일부 수익을 실현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9월 25일만 해도 주당 5만 2500원이었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현재 12만 5000원으로 2배 넘게 폭등했다.
이는 높은 실적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따른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9.8% 증가한 2조 3334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10년 전 주가총액은 9724억 원으로 재계 순위 32위였는데 올해는 10조 원이 넘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다음 재계 2위”라며 “10년 만에 10배가 넘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상속을 포기해 상속세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와 관계없는 메리츠는 소액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상속 문제가 걸려 있을 경우 세금 부담에 억지로 주가를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메리츠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 회장의 주식 가치는 21일 기준 12조 2183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번 주 국내 주식 부자 1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게 연구소 측의 예상이다. 실제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향후 2~3년 내 당기순이익 3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10배가 되더라도 자사주 매입을 멈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도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메리츠금융의 주가 상승과 당기순이익 3조 목표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투자를 확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차익을 일부 실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