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 루테튬-177은 인명을 살리는 데에도 쓰인다. 이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 등에 들러붙는 분자와 결합하면 약이 만들어진다. 이 약은 표적에 도달한 후 방사선을 방출해 암세포를 죽인다. 그래서 ‘방사선 미사일 치료제’로 불린다.
노바티스의 난치성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가 이 원소로 개발된 대표적인 약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도 허가를 받았다.

매우 요긴한데 희소한 것이 있다. 루테튬(사진)이 그렇다. 희토류 중 가장 귀하다. 모나자이트라는 광물 1t에서 30g만 나온다. 1960년대에는 금의 6배로 고가였다가 정련 기술 발달에 따라 금보다는 훨씬 저렴해졌다. 그런데 루테튬-177은 자연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발전은 하지 않는 연구형 원자로에서 만들어진다. 루테튬보다 많이 분포해 저렴한 이트븀-176에 원자로에서 발생한 중성자를 쪼이면 루테튬-177으로 바뀐다. 연금술이 따로 없다.
노바티스에 루테튬-177을 공급한 원자로는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가동되고 있다. 플루빅토가 효과를 내고 점점 더 쓰이면서 루테튬-177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주리대가 새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미주리대의 새 원자로 초기설계를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따냈다. 종주국인 미국에 원자로를 역수출하는 길을 연 것이다.
한국 제약사들도 표적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에 필요한 루테튬-177은 현재 전량 수입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27년 말 준공 일정으로 부산 기장에 연구형 원자로를 짓고 있다. 이 원자로가 루테튬-177을 공급하면서 국내 신약 개발·생산이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 원자로처럼 방사선 미사일 치료제도 미국에 역수출될 수 있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