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 앞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더 좋은 학원, 더 많은 문제집을 찾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정작 아이의 표정을 살피는 여유는 잃어버리곤 한다.
새 책 ‘스스로 배우는 아이로 자라는 중입니다(공감s·1만8,800원)’는 그런 부모에게 잠시 멈춰 서기를 권한다. 저자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는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말하며, 부모가 한 걸음 물러설 것을 제안한다. 작은 선택권을 주고, 실패했을 때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며, 잘못을 인정했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로 14년간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은 복잡한 교육 이론이 아닌, 일상의 소박한 장면들을 담고 있다. 아이가 공부 순서를 스스로 정하도록 맡기거나, 잘못을 인정했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고, 실패했을 때 묵묵히 기다려 주는 순간들이다. 이런 작은 경험이 쌓여 아이는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부모의 태도를 강조한다. “아이 인생의 첫 번째 스승은 부모”라는 말처럼, 부모가 변할 때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전해진다.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통제 대신 존중을 선택하는 부모의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큰 배움이 된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높은 성적일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일까?”
책을 펼쳤을 때 갖게 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서서히 드러난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진짜 선물은 ‘앞서 달리는 조언자’가 아니라, 옆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라는 사실이다.
책을 덮고 나면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식탁에 마주 앉아 하루를 이야기하고, 성적이 아닌 작은 도전과 실수를 함께 웃으며 나누는 부모와 아이의 모습이다. 답은 바로 그곳에 있다.
이 책은 교육 지침서라기보다 삶의 이야기다. “가족이 함께 자라난다”는 믿음, 그리고 “오늘의 실수가 내일의 배움이 될 수 있다”는 조용한 위로를 전한다. 부모가 한 발 물러설 때 아이는 스스로 자라며, 더 단단해지고, 부모는 더 따뜻해진다. 경쟁의 무게에 지쳐 아이와 눈 맞추기를 두려워하는 부모라면, 이 책이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지 모른다.
저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4년간 기업에서 근무한 뒤 초등학교 교사로 14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시민과 함께 ‘공감·공존·공영’의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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