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코딩 배운 아들은 SWTO 은상, 책 읽은 딸은 금상…결국 승부는 생각하는 힘”

2025-09-09

“쌍둥이 중 코딩 학원에 다닌 아들은 은상을 탔고, 책을 읽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딸은 금상을 탔어요. 아들이 조금 아쉬워했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던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1회 소프트웨어(SW)사고력올림피아드(SWTO) 시상식에 참가한 학부모가 전한 수상 소감이다. 코딩 실력보다 문제를 점검하고 사고를 표현하는 경험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흔히 디지털 교육이나 SW역량을 떠올리면 코딩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사고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환경을 해석해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다루는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이미 대부분의 코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시대이고 점점 더 정교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사고력 즉, 문해력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는 기회와 문제를 해결해 보는 연습”이라며 “생각하는 힘과 지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고학년이 될수록 말수가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가정에서 작은 것이라도 표현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력 발달의 핵심은 가정에서 형성되는 '홈 리터러시' 환경이다.

초등학생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이해·활용·비판·윤리의 기초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와 함께 뉴스를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팩트체크 놀이'를 하거나 좋아하는 만화를 AI 그림 툴에 입력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비교하며 차이를 이야기하는 활동은 좋은 예다. 연령대가 어리다고 무작정 기기를 제한하기보다 안전한 활용 습관을 길러주고, 디지털이나 AI가 제시하는 결과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며 '윤리' 개념까지 생각하게 하면 좋다.

중·고등학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전환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메시지를 가족과 토론하거나 유행하는 브이로그를 직접 제작·편집하면서 디지털 창작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토론하거나 글을 쓰고 온라인 뉴스와 댓글을 비교하며 여러 출처를 교차 검증하는 훈련도 도움이 된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 과정에서도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AI가 대신해 주는 것과 스스로 배워야 할 것을 구분하는 힘이다”며 “문제 해결 경험이 많은 친구들은 이를 잘 알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AI 활용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단순한 디지털 리터러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이를 맥락에 맞게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윤리적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핵심 역량이 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확장된 개념과 맞닿아 있다.

남신동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원은 '디지털 교육, 새로운 기회의 확대인가,격차의 또 다른 이름인가' 보고서를 통해 AI 시대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리터러시가 영상, 그림, 소리 등 다양한 표현의 의미를 해석하는 다중복합 개념으로 가고 있어 교육과정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며 “다양한 표현 양식을 해석하는 역량과 자기 주도적 질문 설계, 검색·생성 결합형 활용, 비판적 의미 해석, 윤리적 규범 준수 같은 고차원 학습 역량을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내다봤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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